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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황사없는 정치의 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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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황사없는 정치의 봄을

입력
2002.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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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으로부터 꽃 소식이 오고 있다. 비록 텔레비전 화면을 통한 것이지만 들풀의 생명력과 목련의 싱그러움이 새롭게 느껴진다.올해의 봄은 예년에 비해 빨리 온다는 기상청의 예보다. 봄이 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또 하나의 자연현상은 황사이다.

지난 며칠 간 전국의 하늘을 뿌옇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황사였다.

정치의 봄도 다가오고 있다.

올해에는 지방선거, 재보궐선거, 대통령선거가 있기에, 정치의 봄도 훨씬 빨리 오고 있다.

민주당의 국민참여 경선제가 제주로부터 시작해 울산, 광주, 대전을 거쳐 북상하면서 신선한 봄내음을 느끼게 한다.

동시에 정치의 봄을 느끼게 하는 징조가 정치세력의 이합집산이다. 황사가 국민의 시야를 흐리게 하듯 탈당과 합당, 그리고 창당의 징조가 봄기운을 반감시키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부총재의 탈당을 시작으로 당내 비주류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태이고, 민주당은 국민경선이 아직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경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탈당할 계파가 있음을 예견하기도 한다.

혹자는 6월 지방선거의 결과에 따라 대통령후보의 낙마를 점치기도 한다.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몇 차례 탈당과 합당 그리고 창당이 있을 것인지 국민들은 혼란을 느끼고 있다.

국민의 판단과 선택을 흐리게 하는 정치세력의 이합집산은 자제돼야 한다. 정당이 싫어서 정당을 떠나고, 마음이 맞는 정치인들끼리 정당을 꾸리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세력의 이합집산이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충분한 대의와 명분이 있어야 한다.

12월 대통령후보로 나서려는 목적이 앞서서, 또는 선거국면을 이용하여 자신의 또는 자파 세력의 정치적 위상을 높이려는 의도에서 탈당과 창당을 도모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내가 나서지 않으면 이 나라의 앞날이 안되겠다'는 독선에서 탈당과 이합집산이 이어진다면 정말 곤란한 일이 아닌가.

과거 우리나라의 정치를 되돌아 보면 수많은 이합집산이 있었다.

전쟁, 혁명, 쿠데타 등 급격한 정치변동이 그치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세력들의 부침과 이합집산이 거듭될 수 밖에 없었지만 나름대로 충분한 대의와 명분이 있었다.

이승만 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헌법개정 문제를 둘러싸고, 혹은 거창사건이나 국민방위군사건의 처리 문제로 정치세력들은 나뉘고 합쳤다.

한일조약의 내용과 방법을 둘러싼 강온노선의 대립으로 민중당과 신한당은 분열되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국민의 정치적 요구보다는 정치권력의 획득을 전면에 내세운 탈당과 합당이 판치게 되었다.

3당합당으로 김영삼 대표가 결국 정권창출에 성공함으로써 이합집산을 정치적 명분의 잣대로 재기보다는 목표달성의 한 수단으로 생각하게 된 것은 우리 정치사의 비극이다.

정책과 이슈, 정치노선에 대한 이견의 표출에 기인하기보다 특정 정치인이나 특정 정치세력의 생존전략 차원에서, 그것도 지역적 정치기반을 염두에 두고 이루어지는 정치세력의 이합집산은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우리정치의 병폐다.

이제는 안정적 정당정치구도의 정착이 필요한 시기다. 3김 정치의 퇴조와 더불어 지역적 정당구도의 기반은 약화할 수 밖에 없다.

지금이야말로 지역대결 구도를 정책대결 구도로 바꿔야 할 좋은 기회다.

기존의 정당들은 과거의 지역적 연고를 벗어나 정책적 차별성을 내세워야 한다.

남북문제, 경제정책, 사회복지정책과 노사문제, 교육정책 등에 대해 민주당과, 한나라당, 그리고 자민련, 더욱 폭을 넓혀 민주노동당은 정당의 정체성에 걸맞는 정책대안을 내 놓을 수 있다.

이것이 지역을 넘나드는 이합집산을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며, 정당 구성원을 묶어두는 안전망이다.

두터운 옷을 벗어버리고 봄 햇살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정치의 봄이었으면 싶다. 황사가 걷혀 예측 가능한 정치가 펼쳐졌으면 좋겠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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