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대권ㆍ당권 분리 및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사실상 거부, 탈당 배수진을 치고 이를 요구해 온 김덕룡(金德龍)ㆍ홍사덕(洪思德) 의원의 거취가 눈길을 끌고 있다.두 사람은 이날 오후 긴급 회동, 대책을 협의했으나 당 수습의 지표가 될 자신들의 거취 문제에는 여전히 말을 아꼈다. 전날밤 간접적으로 이 총재의 총재직 조기 사퇴 등의 수습책을 전해 듣고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다가 밤사이 상황이 180도 바뀐 데 대한 당혹감도 없지 않았다.
김 의원의 한 측근은 “전날밤까지만 해도 이 총재가 전향적 태도를 취할 것이란 얘기가 있어 기대를 했던 게 사실”이라며 “막상 두껑을 열어 보니 거의 우리보고 ‘당을 나가라’는 식이어서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두 사람을 만나 설득하겠다고 했지만 양측의 격앙된 반응으로 미루어 전망은 어둡다. 지난 14일 이 총재의 결단을 요구하며 회동 제의마저 일축한 이들이 아무런 성과 없이 유일한 무기나 다름없는 당 민주화의 명분을 버릴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그러나 두 사람이 이 총재의 회견에 배신감을 토로하면서도 예고한 탈당 결행을 주저하는 것은 탈당 이후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탓이 크다. 실제 김 의원은 개혁신당 창당을 염두에 두고 여야 의원들을 두루 접촉했으나 성과가 신통치 못했다.
김 의원보다 당 잔류 가능성을 더 많이 비쳤던 홍 의원은 더욱 신중하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이 급하게 탈당카드를 꺼내기 보다는 한동안 당내 소장파 등과 연대, 이 총재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당내 투쟁에 주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금까지는 함께 움직였지만 정치적 이해와 전망의 차이가 있어 탈당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두 사람을 미묘하게 가르고 있다.
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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