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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살이 3,500점 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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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살이 3,500점 내놓았습니다"

입력
2002.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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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오사카 '서울스타일전'에 35평 아파트 재현된 이원태씨“사람과 집만 빼고 우리 가족이 갖고 있던 물건을 죄다 가져다 놓았습니다. 우리 생활문화를 해외에 알리고, 한국학 연구에도 보탬에 되고자 큰 마음을 먹었죠.”

일본 오사카 국립민족학박물관이 월드컵 공동개최 기념행사로 21일 개막하는 ‘2002년 서울 스타일전’에 이원태(42ㆍ한국문화정책개발원 책임연구원)씨 가족이 3,500여점의 손때 묻은 살림살이를 내놓았다.

이번 전시는 ‘가깝고도 먼 나라’였던 한ㆍ일 양국이 서로 생활문화 엿보기를 통해 한 발짝 다가서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우리 국립민속박물관이 기획한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 전’도 2월20일 개막돼 5월6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씨 가족은 2000년 9월 민속박물관에서 일하는 친구의 권유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민족학박물관 연구관들이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이씨 집을 방문, 30여일간 함께 생활하며 현장조사를 벌였고 그 후 1년간 수 차례 방문과 e메일 교환을 통해 준비 작업을 했다.

민족학박물관의 아사쿠라 토시오(朝倉敏夫) 교수는 “한국인의 40% 이상이 거주한다는 아파트에 3대가 모여 사는 이씨 가족은 한국인의 생활상을 속속들이 보여주기에 더없이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이씨 가족이 서울 한복판에 살면서도 도포에 유건(儒巾)까지 갖춰 제사를 지내고, 명절 빔을 손수 지어 입을 만큼 옛 것을 소중히 한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행사준비에는 안동대 민속학과 동창으로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이씨 부부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이씨는 가족회의에서 “박물관은 진품 전시가 생명이니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면 모두 내놓자”고 설득했다.

새 살림 장만을 위해 얼마간의 돈을 받기는 했지만 이씨 부부가 주고받은 연애편지, 결혼반지 등 돈으로 따질 수 없는 물품까지 모두 기증했다.

문고리까지 떼어간 전시물 가운데 족보와 사진만은 전시회가 끝난 뒤 돌려받기로 했단다.

부인 김영숙(40)씨는 “행사준비를 하며 우리끼리도 서로 모르던 비밀을 털어놓으며 가족간의 정이 더욱 돈독해졌다”고 말한다.

동화(13ㆍ경원중1)군, 의정(11ㆍ반포초교4)양 남매도 “우리가 쓰던 생활용품이 100년, 200년이 지나면 소중한 문화재가 될 수 있대요. 이 다음에 신혼여행은 우리 집 타임캡슐이 있는 오사카로 갈거예요”라며 한 마디 거든다.

이씨 가족은 개막식 참석차 20일 일본으로 떠난다. 관람객들과 함께 하는 ‘이 선생님 가족과 놀자’ 프로그램(23일)에서 이씨의 모친 조남이(74)씨는 내방가사 낭송 솜씨를 보여주고, 김씨와 의정 양은 공기놀이 등 우리 전래놀이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미리 가본 전시장

15일 미리 가본 일본 오사카 국립민족학박물관의 특별전시장은 ‘이 선생님 댁 맨 얼굴의 생활’이란 전시회 부제처럼 이씨 가족의 생활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해 놓고 있었다.

원통형 전시장 1층 중앙에는 이씨가 사는 35평 아파트 내부를 그대로 본뜬 대형 세트를 세워 장롱 속 이부자리와 냉장고 속 김치통, 목욕탕 빨래줄에 널린 속옷에 이르기까지 살림살이 3,500여점을 원래 있던 자리에 그대로 전시했다.

부인 김영숙씨가 지난 주 현장을 방문해 잘못 놓여진 물건들을 제자리에 옮겨놓는 등 마지막 준비작업을 도왔다.

아파트 세트를 빙 두른 벽쪽에는 경북 안동의 이씨 부친 묘소를 주변 풍경사진과 함께 모형 전시하고, 이씨의 사무실과 자주 들르는 포장마차, 딸 의정 양이 공부하는 교실도 집기를 옮겨다 재현했다.

2층은 돌 잔치에서 학교 입학ㆍ졸업, 군 입대, 결혼, 장례까지 한국인의 한살이를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민족학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가 역대 특별전시의 관람객 최고 기록인 10만명을 거뜬히 넘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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