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적 학문 성취의 척도로 인식되는 박사 학위가 미국에서 너무 남발돼 박사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날로 추락하고 있다.워싱턴 포스트는 18일 ‘당신은 박사’라는 제목의 특집 기사에서 “대학가에서 박사 취득이 쉬워지면서 박사를 의미하는 ‘PhD’라는 세 글자가 갖는 마술과 같은 효과가 사라져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구체적으로 과거에는 수 년 간 도서관이나 실험실에서 각고면려해야만 박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알파벳 깨우치기에서 조금만 더 진도를 나가면 될 정도로 취득이 수월해졌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조지아대학에서는 복잡한 졸업논문 대신 시를 써내고도 창작론 박사 학위를 딸 수 있고, 미시간대학에서는 셰익스피어를 읽지 않고도 문학박사가 될 수 있다.
또한 플로리다대학에서는 레크레이션학위도 가능하며, 텍사스여자대학에서는 패션 상품에 관한 학위를 주고있다. 포스트는 심지어 스포츠전문방송인 ESPN의 농구해설가 잭 램세이도 박사라며 “농구 전술을 이해하는 데 박사 학위가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꼬집었다.
실제로 시카고대학의 전국여론조사센터에 따르면 미국에서 각종 분야의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사람이 올해에만 4만 2,000여 명에 이를 전망이다.
이처럼 박사 학위가 보편화한 것은 대학이 학위과정 이수에 관대해진 데다 외국어 구사 능력이나 외부 학계의 평가도 생략하는 등 학위 수여 기준이 크게 완화됐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와 기술의 진보와 더불어 학위 분야가 매우 다양해진 것과 여성과 외국인 학생들에게도 문호가 크게 개방된 것도 요인이다. 올해의 경우 박사 학위 취득자의 44%가 여성이다.
이 신문은 이제는 기업체에서 박사 학위 이상의 전문경력을 요구하는 학위 인플레이션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박사들의 취업난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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