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회복하고 있다고 야단들이다. 너무 빨리 불이 붙었다고 긴축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그러나 하루하루 살기가 힘든 서민들은 이해가 안가고 무슨 덤터기가 쏟아질지 겁이 난다.
최근 기업 실사지수가 130을 넘어서 22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소비자 심리지수도 107을 넘어 IMF 이후 최고치이다. 기업이나 소비자들 모두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에 들떠있다.
그렇다면 정말 경기는 살아나는 것인가? 주식 시장이나 부동산 시장을 보면 경기는 이미 과열 상태이다.
6개월 전만해도 500선을 밑돌던 주가지수가 850선을 넘었다. 작년 하반기부터 밀어닥친 부동산 투기 열풍은 들판의 불길처럼 퍼지고 있다.
아파트 가격이 30% 이상 상승한 곳이 허다하고 전세가 5억원이 넘는 곳도 있다. 소비는 절제 능력을 상실한지 오래이다. 가구당 빚이 2,200만원이나 되는데 소비 행진은 꼬리가 안 보인다.
이러한 현상이 경기회복의 증거인 것은 틀림없다. 증권 시장이 살아나야 기업들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또 투자자들이 손실을 만회하고 재산을 증식 시킬 수 있다.
부동산 시장도 살아나야 건설공사가 늘어난다. 한편 소비 증가는 경기회복의 원동력이다. 소비가 증가해야 기업의 생산과 투자가 활성화하고 국민소득이 늘어난다.
그러나 문제는 경기가 살아나는 것이 아니고 거품이 살아나는 것이다. 돈이 너무 많이 풀려 경제가 주체를 못한다.
그 돈이 투기와 소비의 열풍을 일으키며 기업과 국민들을 도취 시키고 있다. 경기 회복의 여부를 나타내는 실질적 지표는 기업의 가동률이다.
공장이 얼마나 잘 돌아가느냐는 경제가 얼마나 활력적인가를 나타낸다. 보통 경기가 활황세일 때 제조업의 가동률은 85%가 넘는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 제조업의 가동률은 70%를 겨우 상회하고 있다. 경기가 겉으로만 들뜬 것이지 안으로는 아직 차갑다는 뜻이다.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는 아직 부실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의 시한폭탄이라고 하는 대우자동차, 하이닉스, 현대투신 등 대형 부실 기업들이 확실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전체 제조업체 중 30% 이상이 아직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부실 때문에 우리 경제의 생명줄인 수출은 계속 뒷걸음질 치고 있다.
지난 3월 수출실적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나 감소했다. 이러한 감소세가 벌서 12달째 이어지고 있다.
실로 우려가 되는 것은 거품 경기의 피해가 서민들에게 집중되는 것이다. 사실상 증권, 부동산, 소비부문의 회복은 부자들의 놀이판이다. 그들만이 돈을 벌고 흥청망청 쓴다.
그리고 서민들은 집값 인상, 전월세 폭등, 물가 불안, 교육비 상승 등 고통을 겪는다. 더군다나 경기가 거품으로 들떴다가 주저 앉았을 경우 서민들은 일자리를 잃고 또 길거리로 내몰려야 한다.
IMF 이후 우리 경제는 상위 10% 소득이 하위 10% 소득의 9배가 넘는 심각한 소득 격차를 가져왔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돈 잔치는 서민들에게 또 다른 먹구름일 뿐이다.
80년대 말 우리 경제는 뜻하지 않는 무역흑자 유입으로 투기와 과소비의 잔치판을 벌였다.
90년대 들어서 거품이 꺼지면서 우리 경제는 구조적 부실의 실상이 드러났다. 그리고 IMF라는 국난을 맞았다. 이제 겨우 위기를 벗어나는 시점에서 그 때의 과오를 다시 범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우리 경제에 절실한 것은 안정적이며 건전한 회복이다. 일단 무조건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는 팽창정책은 지양해야 한다.
한시 바삐 구조조정을 서둘러 경제의 병부터 고쳐야 한다. 그 다음 서서히 돈을 돌게 하여 건강을 회복시키는 의연한 정책이 필요하다.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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