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왕 이승엽(26ㆍ삼성)이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모험을 감행중이다.1995년 프로 데뷔후 그의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었던 외다리 타법을 버리고 정상적인 타격폼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투수나 타자를 불문하고 어렸을 때부터 체득한 폼이 있다. 십수년간 익숙해진 폼을 하루아침에 다른 스타일로 바꾼다는 것은 여간 큰 모험이 아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때문에 이승엽의 새로운 타격폼이 야구계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95년 경북고를 졸업하고 프로에 입문한 이승엽은 당시 우용득 삼성감독과 박승호 타격코치의 조언을 받아 데뷔 첫 해부터 지난 시즌까지 외다리타법을 고수했다.
좌타자인 이승엽은 타격할 때 오른 다리를 허리춤까지 들어올리며 타격을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99시즌에 54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단숨에 프로야구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던 것도 외다리타법 덕분이었다. 정확성은 떨어지지만 힘을 모아 타격할 수 있어 장타자인 이승엽에게는 안성맞춤이었다.
그러나 상대팀 투수들에게 외다리 타법의 약점이 노출되면서 이승엽은 고민에 빠졌다. 몸쪽 변화구와 바깥쪽 볼에 유난히 약한 면모를 보였고 삼진을 당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때문에 이승엽은 지난 시즌이 종료된 후 오른 다리를 들지 않고 지면에 붙인 상태에서 타격하는 정상적인 타격폼으로 바꿨다.
정확성을 높이고 삼진을 덜 먹기 위한 방편이었다.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와 15일부터 시작된 시범경기 결과를 놓고 보면 일단 절반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2개의 홈런을 터뜨려 새로운 폼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됐다. 국내 시범경기에서는 한층 안정된 모습이다.
현대와의 2차례 시범경기에서 10타수 3안타를 기록했다. 플라이로 처리된 타구도 라이너성이 많았다.
이승엽도 “정확성이 훨씬 좋아진 것 같다. 삼진을 한 번밖에 당하지 않은 것도 중심이동이 수월해진 덕분이다”라며 만족해 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새로운 타격자세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홈런은 힘이 아니라 타이밍의 기술에 의해 가능한 것이다”라는 이승엽은 “타격폼이 바뀌었다고 해서 홈런수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아직도 바깥쪽 볼에 방망이를 힘없이 휘두르는 모습을 보이곤 하는 이승엽의 변신이 성공할 수 있을지 올 시즌 프로야구의 흥미거리이다.
정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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