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 좌파 일색이었던 유럽 정치판도에 우익 보수주의의 물결이 거세다.17일 중도우파인 사회민주당(PSD)과 대중당이 집권 중도좌파의 6년 아성을 무너뜨린 포르투갈 총선을 계기로 유럽의 좌우파는 국가안보 경제 유럽연합(EU)내 국가정체성 등을 화두로 합종연횡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포르투갈의 경우처럼 정권이 바뀌는 것은 이런 흐름의 자연스런 결과지만 안보 경제 등에서 상대방의 정강정책을 공유하는 좌우 동거현상은 좌우의 전통적 개념이 무너지고 있다는 반증으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해 5, 10, 11월 잇따라 우파가 정권을 탈환한 이탈리아 노르웨이 덴마크의 선거열풍은 좌파정권에 대한 반발심리라기보다 국익 우선이라는 대명제에 충실하겠다는 여론의 단면이었다.
공공개혁, 민영화, 재정적자 축소, 고용보장 등이 좌우 가릴 것 없이 표방된 공통의 목표였다. 유행처럼 돼버린 ‘중도’ 라는 꼬리표는 좌우에 앞서는 이념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좌파로 물들여졌던 유럽지도에 우파의 부상은 어쩔 수 없는 대세지만, 정권변화의 동인이 이념에 의한 것이 아닌 만큼 미래의 유럽지도는 중도에 걸맞은 대중성을 누가 확보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럽정치의 리트머스 시험지는 올해 총선, 대선이 예정돼 있는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이 결정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독일과 프랑스는 유럽대륙의 정치, 경제, 외교를 주도하는 맹주인데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일방 보수주의를 바라보는 유럽의 입장이 이번 선거를 통해 명확해 질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우파 공화국연합(RPR) 총재인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좌파 사회당의 리오넬 조스팽 총리가 맞붙은 프랑스 4월 대선,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이끄는 좌익 사민당과 에드문트 슈토이버가 우파 기민_기사당 후보로 나선 독일 9월 총선 모두 치열한 혼전 상태여서 유럽의 진로에 대한 진통이 적지 않음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관심거리는 독일 총선이다. 여론조사 결과 경제정책 실업률 등에서 강력한 국익 우선주의를 표방하며 대 테러전에서도 미국에 가장 적극적인 슈토이버 기사당 총재가 슈뢰더 총리에 5% 가량 앞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하이테크 산업의 중심지이자 경제의 원동력인 바이에른주(州) 주지사라는 명함이 유권자를 끌어들이는 가장 큰 매력이라는 게 언론 분석이다.
1980년대 좌파정당으로 창설된 이후 엄격한 비폭력주의를 고수해 왔던 녹색당이 17일 당대회를 통해 평화노선을 포기하고 무력사용을 수용한 새 정강을 채택한 것도 좌우익이 중도로 급격히 편입되는 과정을 보여준 역사적 사례라는 평가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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