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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라이프] 진짜 선생님은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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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라이프] 진짜 선생님은 따로 있다

입력
2002.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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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연습장을 다니기 시작한지 벌써 19년째다. 특히 1987년부터는 1년 365일 중에 적어도 300일을 골프연습장에 다니고 있다. 그런데도 골프연습장에서 선생다운 선생을 만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 최근 어느 경제신문에서 골프에도 ‘고액과외’가 성행해 신문이나 TV등을 통해 이름이 알려진 교습가들은 월 수천만원씩의 교습비를 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기사에 의하면 어떤 레슨프로는 30분당 10만원, 시간당 20만원을 받고 있는데 3개월을 기다려야 겨우 등록을 할 수 있을 만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했다.기사를 읽고 나자 갑자기 현기증이 났다. 그래서 눈을 감았다. 하비 페닉(Harvey Penick)이라는 이름이 떠올랐다. 톰 카이트는 US오픈 우승자다. 벤 크렌쇼는 마스터스에서 두 번이나 우승했다. 저스틴 레너드는 브리티시오픈 챔피언이다. 이들의 스승은 페닉이었다. 그는 아흔살이 넘은 92년께 ‘Little Red Book’이라는 조그만 골프레슨서를 내놓았다. 그 책은 한동안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런데 페닉의 레슨비는 95년 그가 사망할 무렵에도 시간당 15달러였다.

고등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윤리를 가르치시는 분이셨다. 선생님은 땅딸막한 키에 배가 불쑥 나온데다 누가 보아도 못생긴 얼굴(조병옥 선생이나 링컨의 얼굴을 잘 생겼다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었다. 선생님의 수업시간은 아주 유별났다. 특히 고3인 우리에게 노트 정리하는 법을 가르쳐 주셨다. 사회에 나가 문서를 작성할 때 아주 유용할 것이라는 취지를 덧붙이면서. 그런 어느 날이었다. 선생님께서는 "세상 사람들은 미스코리아가 가장 예쁜 여자라고 아는 모양인데, 나는 그들을 다발로 싸다 주어도 싫다. 왜냐하면 그들은 모두가 서양의 기준에 의해 선발된 인물들이어서 우리의 미적 기준에서 보면 전혀 미인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큰소리로 말씀하셨다. 물론 선생님의 뜻을 잘 몰랐던 우리 반 아이들은 그 때 모두 “와아!” 하고 웃어 넘겨버렸다.

그로부터 5년뒤 나는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시험의 논문식 답안을 작성할 때 선생님의 가르침의 효용성을 실감하고는 늦게나마 깊이 감사드렸다.

필자도 가끔 “어떤 프로에게서 레슨을 받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때마다 시간당 15달러의 레슨비를 받았던 페닉과 윤리선생님을 떠올리곤 한다. 그리고 이렇게 입을 연다. “먼저 당신과 체격이 가장 비슷한 선생을 찾아 그 선생의 폼을 모방하려고 노력할 것을 권하오. 어떤 선생은 스윙분석기까지 들이대며 당신을 현혹시키려 할 것이지만 당신은 골프가 ‘멘탈게임’이고, 당신의 체격조건과 성격을 고려하지 않은 골프스윙은 아무 쓸모가 없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되오. 당신이 진실로 골프를 잘 할 수 있기를 원한다면 인기 있는 교습가의 교습생이 아닌, 진짜 선생을 만나서 그 분의 제자가 되기를 권하고 싶소.”

소동기 변호사 sodongki@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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