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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 상승이냐 속도 조절이냐

입력
2002.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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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 슬로우!”종합주가지수가 870을 넘나들면서 증시에 ‘900 대망론’이 확산되고 있으나, 시장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흥분하지 말라고 주문하고 있다. 시중 부동자금이 주식 시장으로 물꼬를 틀면서 외국인의 매도에도 불구하고 연일 지수가 오르자 일각에선 ‘1,000까지 수직 상승론’도 제기된다. 하지만 지금은 속도 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시중자금 증시로 토끼몰이

‘수직 상승론’은 시장의 수급이 급속도로 개선되고 있고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데에서 출발한다. 우선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맡겨 놓는 개인들의 고객예탁금이 14일 12조7,349억원을 기록,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 주가가 떨어지면 언제든지 사겠다는 대기 매수세가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18일 증시는 이러한 개인들의 힘에 의해 외국인과 기관 매도에도 불구하고 9.35포인트 상승, 869.71로 마감했다.

간접투자 자금도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주식형 수익증권 설정액이 8조원을 바라보고 있고 최근에는 주식과 채권에 모두 투자하는 혼합형으로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대한투자신탁운용 이기웅 주식운용본부장은 “지수가 800을 넘어선 지난달말 이후 매일 1,000억원의 자금이 투신권으로 유입되고 있고 투신권은 돈이 들어올 때 마다 바로 바로 주식을 사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의 부동산 안정 대책 등이 강화하고 있어 시중 자금의 증시 유입은 가속화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대세상승 속에 속도조절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증시가 속도조절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 있게 제시된다. 우선 이달 들어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8,654억원을 기록하는 등 외국인의 매도세가 심상치 않다. 물론 국내 기관들이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고 있지만 과연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지속적으로 받아낼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둘째 1ㆍ4분기 미 기업들의 실적경고 시즌이 다가왔다. 최근 경기 지표들이 호전된 것으로 발표돼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상태에서 개별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가 시장의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세계 증시가 동반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셋째 국내 경기가 일부 과열 양상을 보이며 금리 인상 및 정부 정책 변화 가능성이 점쳐진다. 삼성증권 김승식 부장은 “주택 경기는 이미 과열 상태이고 서울 지역을 제외한 주요 공단 가동률도 80%를 넘고 있어 과거 경기 과열 국면 수준”이라며 “지나친 경기 회복 속도는 증시 조기 과열을 초래, 정책 금리 인상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소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편 트리플 위칭 데이가 지나갔지만 후폭풍이 남아 있다는 지적과 개인 투자자들의 미수금이 1조원 안팎이라는 점도 악재로 꼽힌다. LG투자증권 박준범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12월에도 선물ㆍ옵션 만기일에 청산되지 않고 이연된 물량이 만기일 이후 매물로 나오며 지수가 약세로 돌아선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속도조절은 하더라도 상승 추세가 꺾이진 않은 만큼 긍정적인 시황관을 유지하라는 주문도 적지 않다. 동양종합금융증권 박재훈차장은 “최근 장기 소외 종목들의 주가가 오른 것은 단기 고점에서 목격되는 모습”이라며 “다만 상승 추세가 살아 있다는 점에서 속도조절이 본격적인 조정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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