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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평생 잊지못할 일] 동해서 北괴선박 나포 진술 받아내 남한간첩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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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평생 잊지못할 일] 동해서 北괴선박 나포 진술 받아내 남한간첩 검거

입력
2002.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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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070 거리020 침로180 속력020, 남하 미확인 물표(物標) 발견.”우리 해군의 유일한 구축함 ‘충무호(DD91)’ 함장으로 근무한지 1년반이 되어가던 1964년 3월 어느날 동해를 정찰 중이었다.

점심식사를 하다 사관실의 급보를 받고 바로 옆 전투정보실로 달려갔다. 레이더 스코프에 나타난 물표의 속력이 너무나 빨랐다.

혹시 구름을 잘못 잡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즉각 풍향과 풍속을 체크한 결과 구름은 아니었다. “울릉도 북방 30마일, 충돌 침로를 잡아라.” 오후 1시반 괴선박이 시야에 들어왔다.

일본어선 표시를 매달았으며, 그물을 드리우고 낚싯대가 걸려 있었다. 충무호를 발견하고는 최고 속력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괴선박의 항로 앞쪽에 기관포를 발사하자 속력을 낮추었다.

접근해 확성기로 “어디로 가는 배냐”고 묻자 “와까카리 마센(모른다)”이라고 했다. 일단 “도마레(서라)”라고 외치며 ‘일본 어부’를 관찰해보니 고무장화가 아닌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어제 밤 원산에서 출발했지”라고 넘겨짚자 아무 말없이 그대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격침시켜선 안 된다. 나포해야 한다”는 지시를 내리고, 괴선박 100m 앞에 VT탄을 터뜨리며 5인치 주포 5문을 연거푸 발사했다. 괴선박이 멈췄다.

“너희들이 교육받은 것처럼 귀 자르고 손가락 잘라 죽이지 않는다. 귀순하면 살길을 마련해 준다. 살아야 처자식을 만나지 않겠느냐. 방해하는 놈은 물고기 밥을 만들겠다”고 소리쳤다.

그들은 항복했고. 괴선박 안에서 수류탄과 파괴된 통신기기를 압수했다.

가장 나이 많은 선원을 불러 커피 한잔을 권했다. 독극물이 들었는지 의심하는 눈치였다. 내 커피와 섞어 함께 마시자고 했더니 웃으며 “저 이번에 네번째 오는 길입니다. 고첩과 접촉하러 왔습니다”고 말했다.

그들의 진술에 따라 강릉에 사는 유명인사 A사장 등 남한내 간첩 일당을 검거했다.

남로당 충남 재정부장을 지냈던 A씨는 그의 사랑방을 군경 집회장소로 쓸 만큼 강릉의 유지였다. 물론 한국일보 등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무장 공비나 간첩은 ‘뿔 달린 색안경 낀 험상궂은 자’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어엿한 시민으로 활동하고 있다.

1997년까지 우리 정부가 체포한 간첩은 수천명에 이르지만, 98년 이후 4년 동안 잡은 간첩은 6명이다. 현재의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북한이 간첩을 보내지 않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은 걱정이 많다.

최영섭 해양소년단 고문(해사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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