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가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아파트 가격 안정을 위해 각종 제한조치를 쏟아낸 정부는 급기야 ‘전가의 보도’인 ‘아파트 분양가 규제’를 들먹이며 강도 높은 추가조치를 예고했다.업체들은 “자율화한 지 얼마나 됐다고 다시 과거로 돌아가자는 거냐”며 언짢은 표정이고, 상당수 전문가들도 “취지는 이해하지만 분양가 규제는 무리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내집마련이 꿈인 서민들로서는 치솟는 분양가가 원망스럽기 마련이다. 닥터아파트가 ‘3ㆍ6조치’ 직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5%가 분양가를 규제해야 한다고 답했다. 과연 분양가 결정은 시장논리의 산물일까, 아니면 공급자의 횡포일까.
▼얼마나 올랐나
오르긴 많이 올랐다. 정부가 18평 이상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를 전면 자유화한 것은 1998년 2월. 내집마련정보사의 조사에 따르면 자율화 이전인 97년 한 해 동안 서울 동시분양에서 공급된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는 508만원.
이후 637만원(98년)→694만원(99년)→749만원(2000년)으로 뜀박질을 하더니 지난해에는 829만원을 기록, 불과 4년 만에 63% 급등했다. 특히 50평형대 이상은 97년 519만원에서 지난해 1,300만원으로 무려 150% 올랐다.
▼왜 올랐나
분양가 인상에 대한 업체들의 변(辯)은 ‘땅값 상승 및 고급 마감재에 따른 원가 상승’으로 모아진다.
여기에 분양 당시 인접 아파트 시세를 고려해 적정한 분양가를 산정하는 것이 업계의 관행이라는 것이다.
대형건설업체 분양사업 담당자는 “주변시세에 비해 너무 높은 분양가는 미분양을 발생시켜 사업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폭리를 취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항변했다.
문제는 건설사 입장에서 ‘시장논리에 따른 적정 분양가’가 수요자 입장에서는 전혀 적정한 가격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외환위기 이후 주택 공급 부족과 저금리 기조로 수요가 급증, 분양가 책정의 칼자루가 일방적으로 건설회사에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원가 상승 주장도 설득력이 약하기는 마찬가지. 지난해 말 서울의 공시지가는 98년 말에 비해 불과 4.7% 상승했다. 또한 총 공사비에서 마감재 비중은 20% 내외에 불과해 분양가 상승에 결정적 요인은 되지 못한다.
▼다시 규제해야 하나
분양가를 규제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닥터아파트 곽창석 이사는 “분양가 상승이 집값 상승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므로 심정적으로는 분양가 규제에 찬성한다”며 “그러나 분양가를 규제하면 시장에서 형성되는 분양권값과 실제 분양가의 괴리가 커져 투기가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분양가 규제를 망설이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분양가 자율화는 장점도 있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획일적이던 아파트 품질이 분양가 자율화 이후 업체별 차별화 노력을 통해 소비자의 높은 요구수준를 만족시킬 수 있게 됐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은 “직접 규제보다는 과거의 표준가격제처럼 지역별 적정 분양가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한국산업관계연구원 박수규 부원장은 “열띤 청약경쟁률에 편승해 분양가를 높이는 것은 공급자의 횡포”라며 “제3의 전문기관이 산정한 적정 원가를 적용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한편 지역별로 연간 또는 반기마다 분양가 상승률 상한선을 정함으로써 부당한 가격책정에 대해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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