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베이징(北京) 스페인 대사관에 들어가 난민지위 인정과 한국 행을 요구하던 탈북자 25명을 하루 만에 제3국으로 추방함으로써 국제적 이목이 집중했던 이번 사건을 조기 수습했다.지난해 6월 베이징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에서 같은 조건을 걸고 농성했던 장길수군 가족을 4일 만에 추방한 것을 두고도 이례적 조치였다는 평가가 따랐던 점을 감안하면 만 30시간도 안 돼 이뤄진 이번 조치는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전격적이었다.
중국이 이들의 추방을 속전속결식으로 결정한 데는 무엇보다 중국이 인권을 배려한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탈북자들이 치외법권 지역이 재외공관을 피난처로 택한 마당에 중국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았다.
특히 스페인이 유럽연합(EU) 의장국인 데다 인권을 중시하는 유럽국가라는 점은 중국이 강제 북송(北送) 등 극단적인 조치를 취할 경우 대(對) EU 관계에 상당한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1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EU 의장단 회의가 개최되고 곧 이어 UN 인권위원회가 열린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다.
때문에 3국 추방이 현실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카드라면 조기에 처리함으로써 실리를 취하자는 것이 중국의 계산이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사건이 장기화할 경우 파룬궁(法輪功) 탄압 등과 맞물려 중국의 인권 의식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자초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세계가 이번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는가를 지켜보고 있다는 점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며 “신속한 추방이 최선이라는 것은 중국이 길수군 사건 처리 과정에서 얻은 교훈”이라고 말했다.
북한 정부의 무관심도 중국이 제3국 추방 형식을 취하는 데 있어 부담을 덜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 탈북자들이 스페인 대사관에 진입한 후 현장에 북한인이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아 길수군 가족 때 최진수 북한대사가 UNHCR 사무실에 나타나는 등 관심을 보였던 것과 대조를 이뤘다.
중국 당국은 베이징에 체류중인 북한 외교부 김영일 부부장 등 북한측과 접촉, 제3국 추방의 불가피성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중국은 이번에도 탈북자의 난민 지위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북한의 체면을 배려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이들의 송환을 고집할 경우 북ㆍ중 관계에 짐이 된다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에도 불구, 중국의 탈북자 처리 방식이 탈북자의 외국 공관 진입-제3국 추방으로 굳어졌다고 단정하는 것을 무리다.
향후 중국은 해외 공관에 대한 경비 강화 등을 통해 유사 사건의 원천봉쇄를 차단하는 데 주력하면서 이 같은 방식의 외교적 득실을 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길수 가족 사건후처럼 중국 공안당국의 대대적인 탈북자 단속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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