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25명의 주중 스페인 대사관 진입을 도왔던 노르베르트 폴러스타인 박사가 탈북자들이 제2의 ‘거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 대목이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북한 인권 문제에 깊숙이 간여해 온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이번 사건이 탈북자들의 망명 러시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증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는 14일 탈북자들이 스페인 대사관에 진입한 직후 대사관 밖에서 “탈북자 150명이 태국을 포함해 외국에 있는 대사관에 진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에서 보여지듯 탈북자들이 막판에 몰리고 있는데다 탈북을 돕는 국제적 인권네트워크가 조직화되고 탈북 형식도 집단화된 점을 감안할 경우 개연성이 있다는 반응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현재 해외를 떠도는 탈북자들은 적어도 2만~3만 명이다. 목숨을 건 도피생활을 벌이고 있는 이들이 선택하게 될 제2의 ‘거사’ 장소는 중국과 동남아국가가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이번 집단망명 사건으로 탈북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과 해외공관에 대한 검문검색을 강화할 것으로 보여 탈북자들의 운신이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대신 중국보다 보안체계가 허술하고 북한과의 정치적 유대도 약한 태국 베트남 몽골 러시아 등에 있는 외국공관이 선택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지역은 중국을 빠져나온 탈북자들이 한국행을 위해 경유하는 곳으로 적지않은 수의 탈북자들이 숨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국가 중에서는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이 있는 태국과 러시아 등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망명 순간을 ‘생중계’했던 이번 사건처럼 제2, 제3의 망명도 국제적 인권단체가 치밀한 사전 계획 하에 전세계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기획망명’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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