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경기 저점 통과 논쟁이 일고 있다.3월 들어 주가, 채권가, 엔화 가치가 모두 오름세인 ‘트리플 강세’가 이어져 ‘3월 위기설’이 잠잠해진 데 이어 정부가 월례 경제보고에서 경기 판단을 상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 경제재정 담당 장관이 14일 각의에 제출한 ‘3월 월례 경제 보고서’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지만 (경기악화 흐름에) 일부 제동이 걸린 징후가 보인다”고 밝혔다.
아주 조심스런 표현이지만 월례 경제 보고서가 경기판단을 상향 조정한 것은 1년 9개월 만이다. 지난 2월의 경제보고서는 “(경기) 악화가 계속되고 있다”는 경기 기조 판단이었다.
3월 경제 보고서는 “고용불안은 남아있으나 미국과 아시아의 경기 개선으로 정보기술(IT) 관련을 중심으로 수출, 광공업 재고, 생산에 좋은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해외경제 개선과 기업 재고 감소 등이 경기를 호전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언론들도 경기순환 측면에서는 저점에 근접했거나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케나카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저점 통과 시기는 조금 더 상황을 보아야 하겠지만 올해 후반에는 플러스의 움직임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내각부의 경기동향지수연구회의 위원을 맡고 있는 상와(三和)총합연구소의 시마나카 유지(嶋中雄二)부장은 14일 마이니치(每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기는 바닥을 치고 상승으로 돌아섰다”며 “올 여름쯤이면 경기회복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했다.
그러나 3월 경제보고서가 “어려운 고용 및 소득 환경, 기업 수익 동향 등이 앞으로의 민간수요를 끌어내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듯이 급속한 경기회복은 어렵다는 반론도 많다.
설사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지속적인 성장 보다는 완만하고 느린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아직은 다수설이다. 부실채권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근본적 경기회복과 경제성장은 어렵기 때문이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15일 “설비투자의 악화가 심각해 일본 경제가 자율적 회복과정에 들어갔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 내의 낙관론을 경계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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