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 감독은 튀니지와의 평가전이 끝난 뒤인 14일 선수들에게 16일(현지시간) 아침식사 전까지 외박은 안되지만 자유로운 외출이 가능한 휴가를 주기로 결정했다.계획된 휴가였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날은 히딩크 감독의 여자친구 엘리자베스가 대표팀의 훈련캠프지인 라망가에 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날이었다.
엘리자베스가 온 사실에 대해 대표팀 관계자들이 모두 함구하고 있었지만 일부 선수들이 “사모님이 오셨다”고 말하고 다니면서 드러났다.
엘리자베스는 대표팀이 평가전을 위해 튀니지로 출발할 때인 12일 이미 선수들에게 ‘발각’됐다. 더군다나 숙소도 대표팀이 묵고 있는 하얏트 리전시 라망가 호텔로 밝혀졌다. 북중미 골드컵 당시에도 엘리자베스가 선수단과 같은 호텔에 투숙, 논란을 불러일으켰었다.
더 큰 문제는 히딩크 감독의 약속 불이행이다. 그는 감독의 사생활로 인해 장기 합숙훈련 중인 선수들이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국내 축구계의 지적을 받아들이면서 “이 문제로 구설에 오르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한바 있다.
히딩크 감독의 사생활까지 문제를 삼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선수들과 국내 축구계와의 약속을 외면, 스스로 도덕성과 지도력에 흠집을 내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휴가를 결정하면서 “한국에서는 일요일자 신문이 나오지 않아 훈련을 해도 보도도 안될 테니 기왕이면 토요일을 껴서 (휴가를) 가자”고 말했다고 한다.
물론 농담이 섞인 것이겠지만 언론이 보도하지 않으면 훈련을 안 하겠다는 말 같아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박항서 코치는 선수들에게 “포상차원에서 주는 휴가가 아닌 만큼 자중하면서 지내라”고 말했다. 포상차원이 아니라면 감독의 여자친구 때문에 얻은 휴가란 말인가. 그렇다면 자중하라는 지시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김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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