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분식회계 관행에 대한 감독당국의 강도 높은 제재가 가해졌다.
금융감독위원회가 14일 재벌계열사가 포함된 13개사를 분식회계 혐의로 적발, 검찰고발 및 수사의뢰, 유가증권 발행 제한등 중징계한 것은 미국의 ‘엔론스캔들’ 이후 최대현안으로 부상한 기업의 회계부정을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그러나 해당 기업들은 감독당국의 이번 조치가 애매모호한 회계규정을 근거로 이루어진 자의적인 해석이라고 반발하며, 재심청구 등 법정 소송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이들 기업들은 발표직후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등 대외신뢰도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증선위가 이번에 적발한 분식회계 1999~2000회계연도 결산에서 적자를 흑자로 ‘마사지’하는 등 기업가치를 부풀린 혐의를 받고있다. 유형은 ▦장부누락, 회계사실의 조작 등 고의적인 분식회계를 비롯 ▦계열사 출자지분의 과대평가 ▦우발채무 삭제 ▦ 영업권의 분할상각 등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이번 제재조치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고의적인 분식회계를 한 신화실업에 대해 검찰고발이라는 초강경조치를 내린 점. 신화실업은 유가증권, 관계사 대여금 등을 예금으로 허위계상하고, 이를 은폐하기위해 예금통장 사본을 조작하거나, 은행조회서를 변조, 감사인에게 제출한 것이 적발됐다.
또 한화유통 등은 계열사 출자지분의 경우 ‘20년이내의 합리적인 기간안에’ 평가이익이나 손실을 반영해야 하는데도 불구, 출자한 당해 연도에 바로 계열사 보유주식의 평가이익을 모두 계상했다가 적발됐다.
그러나 기업들은 회계장부 작성은 금융당국과의 사전협의를 거쳐 적법하게 이뤄졌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의 회계감사보고서에 ‘적정의견’을 낸 회계법인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삼정회계법인 관계자는 “회계감사보고서는 감독당국의 유권해석을 받아 작성했다”면서 “당시에는 문제 삼지 않다가 뒤늦게 강화된 회계기준을 들이대며 소급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발했다.
이러한 갈등은 모호한 회계기준에서 비롯됐다는 게 중론이다. 예를들어 계열사 지분 평가이익을 99회계연도에 모두 반영했다가 적발된 동부제강의 경우 ‘20년이내 합리적인 기간안에 처리하도록 규정한’ 당시 회계기준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항변하고 있다.
또 영업권 상각문제도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이다. LG산전의 경우 99년 LG금속을 합병한 후 합병회사의 재산을 재매각한 것과 관련, 영업권을 5년간 분할상각한 것이 대해 문제가 됐다.
반면 타기업들에 대해서는 정반대로 일시상각한 것을 분식회계 사례로 적발했다.
이의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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