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온 배수아(37)씨의 ‘이바나’(이마고 발행)는 원고지 570매 정도로 길지 않은 소설이다.중편이라기엔 넘치고 장편이라기엔 조금 모자라는 분량으로, 출판가에서는 ‘경장편소설’로 부른다.
경장편소설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정영문(37)씨가 새롭게 펴낸 ‘중얼거리다’(이마고 발행)는 원고지 400매가 조금 못 미치는 분량이다.
지난달 나온 전경린(40)씨의 ‘열정의 습관’(이룸 발행)은 원고지 700매가 채 못 되는 소설이다.
원고지 150~350매 정도는 중편, 700~1,200매 정도의 분량은 장편소설로 분류되니, 중편과 장편 사이에 걸린 소설인 셈이다.
열림원에서는 ‘시설(詩說)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경장편소설 시리즈를 기획, 6월께 정정희씨의 소설 등 세 권을 1차분으로 선보이게 된다.
본격적으로 문학 분야 출판에 뛰어들기로 한 책세상 출판사도 경장편소설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모두 원고지 400~700매 정도, 200페이지 안팎의 분량이다.
이미 소설 두 권을 펴낸 이마고 출판사는 앞으로 경장편소설 발간에 주력할 계획이다.
경장편소설의 붐은 독자들의 수요와 맞물린 것이다. 영상과 이미지에 길들여진 요즘 독자들이 시간과 집중력을 들여 긴 이야기를 읽는 것을 꺼린다는 게 출판가의 분석이다.
이렇듯 새로운 경향에 맞춰 출판사에서 기획한 장르가 경장편소설이다. ‘책 한 권’이라는 경제적인 효과를 내면서 문학적인 완성도를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는 절충안으로 나온 것이다.
출판사의 기획 의도에 따라 작가들은 문예지에 연재하지 않고 전작으로 독자와 직접 만나는 방식을 통해 작품을 선보이게 된다.
경장편소설은 작가들에게 틈새 장르이기도 하다. 단편이 요구하는 고도의 언어 밀도에서 자유로워진다는 점, 또 장편이 요구하는 긴 호흡에서도 다소 풀려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분야다.
200페이지 안팎의 책은 독자가 한 권을 읽었다는 포만감을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는 분량이기도 하다. 단편보다 조금 긴 중편소설이 있긴 하지만, 중편 작품 하나로는 책을 묶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경장편소설 바람을 부추기고 있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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