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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4ㆍ3희생자와 이념의 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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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4ㆍ3희생자와 이념의 잣대

입력
2002.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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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민과 4ㆍ3유족들은 제주 4ㆍ3특별법이 제정되던 날을 잊을 수가 없다.가슴에 맺힌 억울함을 말하지 못하고 숨죽여 살아왔던 제주도민은 역사의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4ㆍ3유족들은 지난 최근 한 일간지에 '제주 4ㆍ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위원회'(이하 위원회) 위원인 한광덕씨의 '4ㆍ3희생자 선정 기준안은 문제 있다'는 기고를 보고 분노하고 있다.

4·3희생자 신고와 사실조사에 이은 심사과정에서 법적 기속력도 없는 헌재 결정문 중 일부를 들어, 이에 근거한 희생자 선정 기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한씨의 주장을 보며 제주도민은 또다시 진상규명 작업이 후퇴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희생자 선정 기준은 신중해야 하며, 위원회는 4·3특별법의 범위 안에서 4·3에 대한 사항을 의결해야 한다. 위원회가 4·3특별법 위에 존재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제주도민과 유족들은 50여년 전 제주 섬에서 벌어졌던 불법학살과 관련, 당시의 공권력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

유족들은 어떠한 보상과 배상도 요구하지 않고 있으며, 단지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라는 최소한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인권과 평화를 사랑하는 제주도민의 상생과 화합의 정신에서 비롯되고 있다.

유족들은 4·3특별법의 제정 취지에 따라 가능한 한 희생자의 범위를 넓게 인정해 달라는 뜻을 여러차례 밝혔다.

위원회는 특별법의 제정 취지에 맞게 희생자와 유족을 결정함에 있어 인권회복이라는 기본적 명제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이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최소한 보장 받아야 할 국민기본권의 출발점이다.

따라서 제주 4·3희생자 결정의 주요 기준은 당시 희생여부를 확인하는 기준이 필요한 것이며, 희생자 가운데 '제외의 기준'은 있을 수 없다.

반세기 전 비극의 역사 속에 사라져간 희생자에 대해서 이념의 잣대로 재단해 희생자를 걸러낸다는 발상은 특별법의 취지를 퇴색시킬 뿐 아니라 희생자들을 두 번 죽이는 셈이 될 것이다.

우리는 4·3희생자에 대해 진실을 확인하고 명예를 회복시켜 주는 것이 위원회의 기본적 책무라고 생각한다.

시대의 희생자들에 대해 위원회가 무슨 자격으로 죄의 유무를 따질 수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위원회 위원인 한광덕씨의 자격과 자질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한씨는 6차례에 걸친 위원회 심사소위원회의 논의 과정에 참여해 희생자 선정 기준안을 합의한 당사자다.

그는 심사소위의 비공개 원칙을 이기고 성우회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했으며, 나아가 일간지 기고를 통해 소위원회에서 합의한 사항마저 불복하는 부끄러운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한씨가 4·3특별법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던 성우회의 안보위원장직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4·3특별법 자체를 부정하는 단체의 주요 간부가 어떻게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또 그는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4·3의 역사적 성격을 폭동으로 규정해 제주도민에게 엄청난 모멸감을 덧씌우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심사소위원회가 합의한 희생자 선정 기준안을 전면 백지화 하고, 4ㆍ3특별법의 기본정신을 살리는 차원에서 유족이 신고한 희생자를 4ㆍ3희생자로 결정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위원회는 4·3특별법에 따라 구성된 최고의결기구로서의 역사적 임무를 다해 반세기 동안 한을 안고 살아온 제주도민의 피어린 눈물을 닦아주어야 할 것이다.

이성찬 제주도 4·3사건 희생자유족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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