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의 대장정(大壯征)이 시작된 것일까.6일째 계속되는 외국인의 매도공세와 프로그램 차익 매수 잔고 등 수급부담 요인에도 불구하고 13일 주식시장은 증권과 보험, 투자신탁, 은행, 종금사와 신용금고, 연기금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주도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시중자금의 증시 유입으로 기관의 매수 여력이 점차 증가하고 있어 시장 주도권이 외국인에서 기관으로 이전되고 향후 시장 흐름도 보다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99년과 닮은 꼴
9ㆍ11테러 이후 진행되고 있는 시장 흐름은 1999년 외환위기 이후 진행됐던 시장흐름과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신영증권 양신호 연구원은 “주가뿐만 아니라 경기 및 유동성 측면, 투자주체별 매매 동향에서도 흡사한 점이 많이 발견된다”며 “상승 초기 외국인들이 그동안의 과매도 부분을 모두 흡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면 99년 5월부터는 기관들이 2차 상승을 주도했다”고 말했다.
물론 아직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99년과 같이 대규모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기관주도 장세 가능성은 말 그대로 전망일 뿐이다. 그러나 현재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물 보유비중이 98년말 (18.6%)의 2배인 36.3%(거래소 2월말 기준)이라는 점은 99년과 달리 기관주도 장세가 보다 빨리 올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한다.
■풍부한 실탄
저금리 기조 및 시중 유동성 증대에 따른 주식형 수익증권으로의 지속적인 자금 유입과 투신ㆍ은행권 등의 적극적인 주식형 상품 판매가 기관 매수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1월 중순 이후 약 1조5,000억원을 기록하고 있는 기관 누적 순매수는 2월 중순 이후 8,500억원에 달하는 외국인 누적 순매도에도 불구하고 시장 상승의 원동력이 됐다. 일부에서는 대형 투신사들을 중심으로 1조원 이상의 대형 펀드 설립이 잇따르고 있어 99년과 같은 주식형 펀드의 전성시대가 올 것으로 기대하고있다.
여기에 국민연금이 3월 중에 6,000억원을 중시에 투자하기로 했으며 군인공제회 공무원연금 등도 간접투자 형태로 주식투자 비중을 늘리는 등 안정적인 중장기 투자자금인 연기금, 정통부 투자자금이 지속 유입될 예정이다.
■기관선호 옐로칩
투자전략 분석가들은 한결같이 기관 장세에서는 철저히 ‘실적’과 ‘경기’에 주목하라고 권한다. LG투자증권 박준범 책임연구원은 “화학ㆍ철강 등 경기 민감 소재주와 부품 업종, 업종대표 우량주, 중소형 실적 우량주 등 개별 기업에 대한 실적이 검증된 종목이 기관투자 매매의 중심에 설 것”이라며 “미국 경기 호전에 따른 수출회복을 감안해 수출비중이 높은 종목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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