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사극 ‘제국의 아침’(KBS1, 토ㆍ일요일 오후 9시45분)은 ‘태조 왕건’을 대물림했다.두 드라마 사이의 시간차는 8년. 왕건이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서기 935년에서 왕건이 최후를 맞는 943년으로 시간을 이동했다.
500년 왕조의 역사에서 짧다면 짧다고도 할 수 있는 그 8년의 시간적 공백이 시청자의 혼란을 자아내고 있다.
‘태조 왕건’과 ‘제국의 아침’에 등장하는 역사적 인물은 동일하나, 전임자가 누구인지를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격적인 연기자의 교체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태자 무(혜종)의 어머니 장화황후 오씨 역은 염정아에서 반효정으로 넘어갔다.
날카롭고 가냘픈 염정아와는 이미지가 정반대임을 고려해서인지 반효정은 방영을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염정아가 이렇게 바뀌었습니다”라고 애교 섞인 자기소개를 했다.
요(정종) 소(광종)의 어머니인 신명순성황후 유씨는 전미선에서 정영숙으로 오히려 가냘퍼졌다.
박술희는 코믹한 못난이 장수에서 위엄이 넘치는 병부최고책임자로 변신했다. 코믹한 이미지가 강했던 김학철에서 조경환으로 바뀐 것.
한 시청자는 ‘제국의 아침’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언제부터 박술희에게 머리가 생겼지”라고 시비를 걸기도 했다.
혜종인 태자 무 역시 안정훈에서 노영국, 왕규와 왕식렴도 각각 김명수에서 김무생, 정국진에서 김흥기로 바뀌었고 책사 최지몽은 무명 박지영에서 정동환으로 교체됐다.
1년 11개월동안 방송한 ‘태조 왕건’의 출연진과 배역에 대한 기억이 워낙 강한 탓에 시청자들은 혼란스럽다.
“이전 드라마의 배역을 무시한 채 그냥 다른 드라마라는 느낌만 살리려는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 “‘태조 왕건’ 당시의 인물과 매치가 안 된다”는 의견이 쏟아진다.
동일한 배우가 다른 역으로 출연하는 것도 지적되고 있다. ‘태조 왕건’에서 궁예의 부하 환선길(백인철)이 ‘제국의 아침’에서는 염상 장군으로 변신했다.
안영동 책임프로듀서는 “‘태조 왕건’과 ‘제국의 아침’은 분명히 서로 다른 드라마다.
작가는 같지만 연출자가 김종선에서 전성홍으로 교체되면서 작품의 컬러가 바뀌었다. 그에 맞는 캐스팅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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