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차 서울에 온 일본인 부부가 월드컵 경기장을 늦은 시간에 방문했다. 마침 일본어 안내요원이 자리에 없어서 영어 담당인 내가 그들을 맞아 경기장을 안내했다.그 부부는 흡족해 하며 같은 방향으로 퇴근하는 나와 함께 지하철을 타기로 했다. 이 정도의 호의는 봉사자가 마땅히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지하철을 타자 마침 월드컵 경기장에서부터 몇 정거장을 빈 채로 운행되는 노약자석이 있어 내가 자리를 권했다.
부부 중 젊은 부인이 앉았는데, 60대 정도의 남자가 노약자석으로 오더니 이 여성을 우악스럽게 밀어내며 역정을 냈다.
일본인 부부와 나는 매우 당황했다. 그 부부에게 영어로 이유를 설명했지만 우악스럽게 일으켜 세운 데 대해서는 할 말이 없었다.
동대문에서 일본인 부부가 하차한 후에도 씁쓸한 기분은 계속됐다. 왜 그렇게 거칠게 양보를 요구했을까.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단어를 잊고 사는 기성세대의 모습은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한다.
/ 김재복ㆍ서울 도봉구 방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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