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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예술대상 / 영화부문 대상 설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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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예술대상 / 영화부문 대상 설경구

입력
2002.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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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기대하지 않았던 큰 상을 받고 보니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생각 뿐이다. 열심히 사는 게 무엇이냐고? 그저 매일 매일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다.”이창동 감독의 새 영화 ‘오아시스’를 촬영 중인 설경구는 지금 몹시 지쳐있다. 대상을 수상했어도 감량으로 더욱 홀쭉한 뺨에 무표정한 얼굴은 여느 때보다 더 굳다.

“이창동 감독과 영화를 찍다 보면 짜증이 많이 난다. 감독이 요구하는 것을 내 몸이 잘 따라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찌 생각하면 이게 마음이 편하다. 순간순간 진짜 열심히 사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상을 안긴 ‘공공의 적’의 강우석 감독과의 작업은? “ 강 감독은 굉장히 시원시원한 타입이다. 모든 것을 머리 속에 넣고 현장에 오는 스타일이라 나는 그저 그와 호흡을 맞추기만 하면 됐다.”

한동안 설경구(34) 앞에는 ‘박하사탕’이 따라 붙었다.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2000년)에서 보인 연기와 그에 따른 스타덤은 일종의 ‘신화’였다.

그는 이제 느긋하게 자신의 신화를 ‘일화’로 만들었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단적비연수’ 등 흥행과 작품성에 실패한 영화도 있었다.

그러나 강우석 감독의 ‘공공의 적’에서 그는 악랄한 범인을 응징하는 나쁜 형사가 되기 위해 18㎏을 늘렸고, 그는 연기력을 다시 회복했다.

그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스크린에서도 더러운 냄새가 풀풀 풍길 것 같았다. 그는 부패한 경찰이 어떤 말투이며, 느낌인지를 그대로 전해주었다.

그럼에도 그 부패한 경찰이 ‘공공의 적’을 응징하는 데 관객이 심정적으로 한 패가 되게 하는데, 그 특유의 연기력이 필요했다.

수상 이유에 대해서는 “정말 모르겠다”는 그는 “난 인물을 완전히 소화하는 게 안 되는 사람”이라고 자신의 연기를 평한다.

그럼에도 “너무 과장된 게 아니냐”는 평을 듣기도 했던 ‘박하 사탕’의 연기를 이미 넘어섰다는 평.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마친 후 학전소극장 무대에 자주섰다. 그러나 영화의 시작은 초라했다. 대학 동기 소개로 장선우 감독의 ‘꽃잎’(96)에서 소녀를 찾는 한 무리의 대학생 틈에 그는 서 있었다.

이어 ‘처녀들의 저녁 식사’(98)를 시작으로 그는 감독들로부터 잇단 제의를 받기 시작했다. 전수일감독의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같은 비주류 영화에도 출연했지만 남자배우 기근에 시달리던 충무로는 그는 놓치지 않았다.

'박하사탕'으로 신인상(2000년)을 수상한 그는 2년 만에 백상예술대상의 최고봉에 올랐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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