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ㆍ11 테러 참사 6개월 기념식이 열린 11일 오전 백악관 잔디광장. 미국의 3부 요인을 비롯해 워싱턴 주재 150여개국 외교사절단과 테러 희생자 유족 등 1,500여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9ㆍ11 이후 미국민들의 단결심 고취에 첨병 역할을 한 성조기가 입장했다. 미국 애국가 합창이 울려퍼진 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등단했다.검은 오버 코트 차림으로 마이크 앞에 선 부시는 제2단계 대테러전을 선언하고, 미국은 동맹국 간 반테러 연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시는 “신이여 미국에 축복을” 대신 “신이여, 우리의 국제연대를 축복하소서”라는 이례적인 말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부시는 연설 전에 한국을 비롯해 나이지리아, 터키의 미국 주재 대사에게 찬조 연설을 맡겼다.
양성철(梁性喆) 주미 대사는 “한국민은 테러가 근절될 때까지 대테러전을 지지할 것”이라며 동맹국 대사다운 헌사를 했다.
그러나 이날의 행사는 미국이 대 테러전 확전에 대한 국제적 지지 여론을 높이기 위한 ‘기획성’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아프리카, 아시아, 중동 대륙별로 워싱턴 주재 대사가 대표로 나서 연설했고, 초대된 외교사절단이 마치 들러리를 선 듯한 느낌이 드는 건 기자만의 생각일까.
미국의 전통적 동맹국을 비롯해 대다수 나라들은 미국의 대테러 확전에 반대하거나 공조를 망설이는 상황이다.
미국은 최근 수입철강 관세부과와 북한 등 7개국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핵태세 보고서를 통해 다시 한번 힘을 과시하고 있다.
170여 국가의 국기가 펄럭이는 행사장의 분위기는 엄숙했지만 기자는 착잡했다.
윤승용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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