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림 외환은행장과 위성복 조흥은행장이 11일 돌연 사의를 표명한 배경을 놓고 금융계에 말들이 많다.두 행장의 전격퇴진은 자의라기 보다 금융당국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5월에 임기가 끝나는 김 행장이 사퇴의사를 밝힌 것은 '외풍' 외에 어떤 다른 이유로도 설명될 수 없다는 게 은행가의 분위기다.
지난 주말까지도 연임에 의욕을 보이던 위 행장이 행장후보 추천위원회를 하루 앞두고 갑자기 사임한 것도 그렇다.
정부가 공적자금 투입 은행장의 단임원칙을 강조해 왔던 점을 상기하면 그의 퇴임 이유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두 은행장의 ‘밀어내기식 퇴장’은 정부가 그 동안 내세웠던 ‘경영능력에 따른 은행장 선임’원칙과 배치된다.
김 행장과 위 행장 모두 경영실적이나 시장의 평가가 좋았던 점을 감안하면 모처럼 안정을 찾아가던 금융계의 질서를 정부가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외환ㆍ조흥은행 노조는 “두 행장의 퇴진은 정부가 특정 인사를 은행장에 앉히기 위해 개입한 관치인사의 표본”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미 외환은행장에는 정부가 밀고 있는 정기홍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내정됐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관료들의 자리 나눠먹기식 구태가 재현되고 있다는 우려의 말도 들린다.
환란위기 전 금융기관의 부실이 관치금융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이제 상식에 속한다. 관치금융의 결정적 폐해는 정부가 맘에 드는 인사를 은행장으로 앉히는 낙하산 인사였다.
어떠한 경우에도 은행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정부가 대주주라는 명분으로 낙하산 인사를 강행한다면 앞으로 정부의 말을 믿고 따를 사람은 없다.
민영화ㆍ자율화시대에 관치를 고집하는 정부의 발상은 시대착오적이다. 은행 주주총회가 낙하산 인사의 경연장이 돼서는 안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