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성 짙은 창작발레를 선보여온 안무가 김나영(32)씨가 컴퓨터 게임을 극화한 ‘칼멘 샌디에고의 행방’(13, 14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으로 또 한 번 파격을 시도한다.80년대 인기를 끈 게임 ‘Where in the World is Carmen Sandiego?’를 기둥 줄거리로한 이 작품은 빠른 전개에 심리극, 코믹극 요소를 곁들여 한 편의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하다.
희대의 범죄자 칼멘 샌디에고를 쫓는 탐정은 그녀의 신출귀몰함에 번번이 농락당한다.
탐정은 끈질긴 추적 끝에 칼멘을 사살하는데 성공하지만 이내 그녀가 부활했음을 감지하고는 혼돈과 절망에 빠진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싸움의 결말을 통해 작가는 우리가 타인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이 기실은 모두 허상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던진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칼멘을 그리는데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여성 무용수 6명을 동원하고, 탐정도 마임이스트 이태건과 무용수 예효승에게 나눠 맡긴 다인 1역 시도가 이채롭다.
탐정이 칼멘 추격 과정에서 겪는 에피소드를 탱고탭댄스 차차차 등 흥겨운 춤으로 꾸며 고전 발레의 ‘디베르티스망’(막간 춤)처럼 곳곳에 배치해 재미를 더했다.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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