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평화재단에 쏠리는 의혹의 눈길이 갈수록 매서워지고 있다.한나라당의 습관적인 정치공세나 사실 여부를 확인할 길 없는 시중의 악성 소문 때문이 아니다. 아태재단 스스로가 제공하고 있는 여러 단초(端初)들 때문이다.
구속된 이수동씨 집에서 언론개혁과 정권 재창출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문건이 나왔다는 특검의 발표가 있었고 재단 부이사장이자 김대중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씨가 이상한 돈거래를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리고 돈거래의 중심 인물인 김씨의 핵심 측근 김성환씨는 언론에 일방적 주장만을 할 뿐 행방이 묘연하다.
아태재단은 이수동씨 문제는 재단과 관계없는 개인차원의 비리이고 재단은 외교통상부의 등록 연구단체이기 때문에 모든 출입금이 투명하다고 해명하고 있다.
민주당도 이수동씨 문건은 해프닝에 불과 하다고 주장한다. 청와대는 정치 불개입 원칙 때문에 정치적 사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한다.
이 같은 해명과 주장들이 의혹을 해소하기는 커녕 오히려 증폭시키고 있다.
사실이라면 국정을 농단한 이수동씨의 문건이 왜 해프닝인지, 무엇 때문에 아태재단 관련 의혹이 수사에서 흑백이 가려져야 할 부분이 아니라 정치적 사안인지 등이 분명치 않다.
아태재단은 어느 결사체 보다 높은 도덕성과 철저한 자기관리를 요구받고 있다. 재단이 김대중 정부 출범에 결정적으로 기여했고 김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돌아갈 곳이기 때문이다.
아태재단은 특검 수사 등 법률적 시비의 대상이 됐다는 것 자체가 불명예 임을 인정해야 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해재단과 평면적으로 비교되는 것도 부끄러운 일임을 알아야 한다.
아태재단이 불명예를 씻고 부끄러움을 더는 길은 스스로 진실을 밝히는 것이다. 민주당이나 청와대를 통해 간접 해명을 할 게 아니라 자신의 입으로 자신의 문제를 설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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