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둔산은 이미 30년 전에 개발된 산입니다. 호남의 영산인데다 산세가 워낙 빼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곡괭이와 굴삭기를 일찍 만났죠.사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산길은 모두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길입니다. 오르기 힘든 곳마다 철다리와 계단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산의 고즈넉함을 즐기는 산꾼들은 전북 완주군 쪽의 정문이 아닌, 충남 논산시 쪽의 뒷길을 많이 이용합니다.
대둔산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인공구조물은 단연 케이블카입니다. 운행한지 10년이 넘었습니다.
해발 600㎙의 고지까지 사람을 실어 나릅니다. 산 위의 케이블카 정류장에서 산 정상까지는 고작 200여 ㎙. 약간의 다리품만 팔면 됩니다.
아이들은 물론 어르신까지 쉽게 올라갑니다. 당연히 산밑의 등산로보다 산 위의 등산로가 붐빕니다.
밑에서부터 걸어서 올라간 사람은 정상 부근에서 장터를 만난 느낌이 듭니다. 산행에 관한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서 일까요. 쓰레기가 곳곳에 널려있고 분위기도 왁자지껄 시끄럽습니다.
환경보호론자나 전문 산꾼들은 분명 말합니다. 케이블카 ‘때문에’ 산이 망가지고 있다고요.
물론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체력이 모자람에도 불구하고 대둔산의 돌봉우리를 밟은 사람들은 입장이 다릅니다. 케이블카 ‘덕분에’ 좋은 구경을 했다고 말입니다.
사실 산 위로 오르는 케이블카는 매력적입니다. 설악산에도 권금성까지 오르는 케이블카가 있습니다.
등산객이 아니면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설악산을 찾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을 타기 위함입니다.
주말에는 아침에 표를 예매하면 오후에야 겨우 오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케이블카 ‘덕분에’ 설악산에 인파가 끊이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환경보호’와 ‘보다 재미있고 편한 여행’은 이렇듯 상충합니다. 그리고 쉽게 어느 편의 손을 들어줄 수도 없습니다.
대둔산 위에서 술에 취해 주저앉아 케이블카를 기다리는 한 중년의 관광객을 보며 정말 새삼스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은 ‘건강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이를 먹어서도 제힘으로 산에 오를 수 있게 말입니다.
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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