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인 저는 얼마 전 다니던 산부인과 병원을 옮겼습니다. 시내의 큰 종합병원에서 개인병원으로요.주변에선 출산을 앞두고 더 큰 병원으로 옮기지는 못할 망정 웬일이냐고 펄쩍 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병원을 옮긴 첫날 더할 수 없이 만족스러웠습니다.
진료를 맡은 의사는 초음파 진찰을 하면서 아기의 머리둘레, 다리 길이 등을 재고 “아기 크기는 평균치”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이대로라면 출산 때 예상 몸무게가 몇 ㎏이 되리라는 것도 알려주었습니다. 화면이 잘 보이도록 돌려놓고 얼굴을 비쳐준 것은 물론이구요.
종합병원에서 개인병원으로 옮긴 것을 의식한 듯 의사는 자기 경력을 간단히 말하며 “수술해도 아무 문제 없을 테니 염려하지 말라”고 안심시키기도 했습니다.
전에 다니던 병원에서 초음파 화면을 보려고 하면 “볼 필요 없습니다”라고 자르던 것과는 천지차이였습니다.
평소 ‘우수한 진료가 최상의 서비스’라고 믿었기 때문에 종합병원의 ‘짧은 진찰시간’은 감수할 준비가 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진료의 중심에 환자 아닌 병원이 있다는 점은 참기 어려웠습니다.
직장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구토와 두통에 시달렸지만 거대한 병동과 현대의학은 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의사의 대답은 의례적이기만 했고 조언조차 없었습니다.
‘내’가 필요로 하는 의학적 배려는 배제된 채 철저히 의사의 필요에 의한 진료만 이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 것이지요. 만족스럽지 않은 의료서비스는 곧 강매였습니다.
물론 개인병원일수록 세일즈에 신경을 쓰고, 그러다보니 친절한 것도 사실일 겁니다.
그러나 종합병원이 훌륭한 의료진과 시설을 갖추고, 그래서 환자들이 몰려온다 하더라도 환자를 위한 진료가 아니라면 진정 질 높은 의료서비스는 아닐 것입니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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