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에 공개된 미 국방부의 ‘핵 태세 검토’ 기밀보고서는 미국의 핵정책이 ‘보복공격에서 선제공격’으로 바뀌고 있음을 나타낸다.우리는 첫째 이 기밀문서가 핵 공격의 대상국가로 북한을 명시하고 있고, 둘째 기밀문서가 공개된 이상 나름대로 기능을 유지하고 있는 핵비확산조약(NPT)체제가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기밀 보고서의 핵심 요지는 두 가지다. 우선 21세기 안보환경에 적합한 소형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것이고, 다음으로 핵무기 사용 대상국과 사용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보고서가 적시한 핵무기 사용대상은 러시아와 중국은 물론, 북한 이라크 이란 리비아 시리아 등 소위 미국이 규정한 ‘악의 축’ 과 ‘불량국가’가 포함되어 있다.
또 미국이나 우방을 공격하는 국가에 대한 핵선제 공격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은 핵 비확산체제를 치명적으로 약화시킬 수도 있다.
미국정부는 이 조약이 발효한 후 NPT가입국이 핵 보유국과 제휴하여 미국에 공격을 가하지 않는 한 핵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왔다. 새로운 미국의 핵 정책 청사진이 되려 핵무기경쟁을 격화 시킬 수도 있다.
우리의 큰 걱정은 북한이다.
우선 북한이 미국의 핵 선제공격의 대상이라는 사실이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전쟁의 억지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반도가 핵 전장화 할 위험이 꺼림칙하고, 또한 북미관계는 물론, 남북관계에도 찬물을 끼얹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류는 반세기동안 핵무기 사용을 피해왔다. 나름대로 역할을 해온 미국의 냉전 핵 전략이 바뀌는 것은 우리의 눈에도 매우 위험하게 보인다.
미국은 일방적인 핵 정책 변화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이성을 갖고 검토하기를 바란다. 정부도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해 미국 안보정책의 변화조짐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할 줄 안다.
당장의 남북관계뿐 아니라 장차 미국의 소형 핵 무기 배치문제 등 우리 앞에 닥칠 민감하고 위험한 문제에 지혜롭게 대처할 준비는 이르면 이를수록 좋은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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