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수방사 초소에서 K_2소총을 탈취한 범인들이 9일 은행 강도를 벌인 것으로 추정돼 군경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범인들은 고도의 특수훈련을 받은 전문가들로 보여 추가 범행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된다.군경은 수방사 총기 탈취 사건이후 보름이 지났는 데도 수사에 전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어 이번 사건이 동일범의 소행으로 밝혀질 경우 비난을 피할 수없게 됐다.
한편 지난해 12월 이후 전국에서 잇따라 발생한 4건의 총기 강도사건 중 3건에서 군과 경찰, 총포상 등에서 탈취한 총기가 사용돼 허술한 총기관리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발생
9일 오전 8시8분께 K-2소총 2정을 나눠 든 강도 2명이 얼굴에 검은색 복면을 한 채 서울 중랑구 상봉2동 한빛은행 중랑교지점에 침입했다. 이들은 은행 건물 뒤쪽 철제문을 통해 여자 청소부를 뒤따라 들어와 이 은행 이모 지점장 등 8명의 손을 끈으로 묶어 한쪽 방으로 몰아넣고 금고문을 열 것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이 은행 최모 차장이 소총 개머리판 등으로 구타 당해 앞니 1개가 부러지고 이 지점장 등은 얼굴에 타박상을 입었다.
범인들은 “열쇠를 가진 직원이 출근해야 금고문을 열수 있다”는 이 지점장의 말을 듣고 관리 직원을 기다리던 중 오전 8시26분께 출근하던 은행직원 임모(40)과장이 범행을 목격하고 달아나자 직원들이 가지고 있던 현금 70여만원과 신용카드 등을 빼앗아 주차장에 일당 중 1명이 미리 대기시켜 놓은 흰색 싼타페 차량을 타고 달아났다.
■수사
군경은 10일 폐쇄회로 TV 감식결과, 은행내부에 침입한 범인 2명 중 한명이 수방사 사건 용의자와 마찬가지로 왼손잡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군경은 또 은행 2층에서 발견된 범인의 발자국도 수방사 사건 당시 범인이 남기고 간 것과 유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군경은 범인들이 사용한 총기가 K_2소총인데다 170~180㎝ 가량의 신장과 특수부대 옷차림 등을 들어 이번 사건이 수방사 사건의 범인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수사 관계자는“범인들이 능숙하게 총기를 잘 다루고 몸놀림이 날렵했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을 확보, 군수사기관으로부터 수방사 출신 전과자 등 ‘총기탈취 사건’ 용의자 200여명의 명단을넘겨받아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군경은 또 은행 직원들의 진술을 토대로 범인들에 대한 몽타주를 작성하는 한편, 현장에서 수거한 5.62㎜ 실탄에 대한 정밀감식을 국방과학연구소에 의뢰했다.
■ 구멍 뚫린 은행 방범망
지난해말부터 은행강도 사건이 잇따르면서 금융기관에 대한 방범 활동 강화의 목소리가 높지만 이번 사건으로 공염불이었음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9일 발생한 은행강도 사건도 범인들이 아침 시간대 은행의 경계가 허술한틈을 타 무방비로 노출된 은행 뒷문을 통해 은행 내부로 침입했고 8일 발생한 현금 수송차량 강도사건도 경찰차량의 호위나 경찰관 탑승 등 범죄 예방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반면 두 사건 모두 범인들이 현금수송차량 이동경로와 출입문 개폐 여부를 사전에 파악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보여 허술한 방범체계와는 대조를 보였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고찬유기자
jutad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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