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정신분열병…100명중 한명 걸릴수 있어 2년이상 약물치료 해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정신분열병…100명중 한명 걸릴수 있어 2년이상 약물치료 해야

입력
2002.03.11 00:00
0 0

정신분열병은 우리 국민 100명 중 한 명은 평생 살아가는 동안 겪을 수 있을 정도로 흔한 정신 질환이다.2000년 국민건강보험공단자료에 따르면 치질, 백내장, 폐렴, 맹장염에 이어 정신분열병이 다섯번째로 입원진료를 많이 받는 질병으로 조사됐을 정도이다.

서울중앙병원 정신과 홍진표 교수는 “정신분열병은 드문 질환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다”면서 “정신과 질환 가운데 우울증을 제외하면 두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병으로 누구에게나 발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음이 아닌 뇌의 질환

정신분열병의 학명은 ‘Schizophrenia’. 분열(Schizo)과 가로막(Phrenia)의 합성어로 ‘분열된 마음’이란 뜻이다. 그러나 정신분열병은 마음의 병이 아니다.

뇌의 신경전달물질 이상으로 생기는 뇌 질환이다. 인지 기능과 추상적 사고를 하는 부분인 전두엽과 언어, 기억력등에 영향을 미치는 측두엽 부위에 이상이 있을 때 나타나는 병이다.

서울대병원 정신과 권준수 교수는 “정신분열병 환자는 MRI(자기공명영상촬영기) 검사에서 실제 뇌의 구조 이상이 관찰되고, 도파민 등신경전달물질의 분비량도 정상인보다 많았다”고 말했다.

정신분열병의 증상은 환영 및 망상이 나타나는 양성과 스스로 움츠러드는 음성 증상 두 가지가 있다. 이 증상들은 대부분 서서히 나타난다. 따라서 처음에는 잘 모르고 지내기 일쑤다.

초기에는 대인관계를 꺼리게 되면서 사람과의 만남이 줄어들고, 혼자서 공상에 젖는 시간이 많아지게 된다.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 멀어져 가면서, 주위 사람이 자신에게 말을 하지 않는데도 귀에서 말소리가 들리는 환청과 주변에 없는 사물과 사람이 보이는 환시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엉뚱한 피해망상과 과대망상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평소의 감정과 언행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정신분열병 발생에 대한 새로운 해석

과거 엄격하고 지배적인 어머니 밑에서 자라거나 가족간의 갈등 등 정신적 요인을 원인으로 생각했다면, 최근에는 유전자 이상 등 물질적 요인을 중요한 원인으로 꼽는다.

여기에 대인관계의 충격, 외상, 환경적 요인 등이 결합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 중 정신분열병 환자가 있을 때 발병 확률은 10%이다.

또 부모 모두가 정신질환을 앓았을 경우 자식들 중 46%가 정신분열병을 앓게 되는 것으로 학계에서는 보고 있다.

▼꾸준한 약물치료 필요

정신분열병은 결코 불치의 병이 아니다. 최근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실시한 조사에서는 환자의 46~68%가 완치 또는 증상이 완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분열병의 일반적인 치료법은 약물치료이다. 뇌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빠르게 교정시켜 주기 때문에 환청이나 망상과 같은 급성증상에 빠른 효과를 보인다.

요즘 새로 나온 정신병 치료제는 혼자만의 세계에 빠지는 음성 증상에도 효과적이다. 물론 치료 초기에는 뇌하수체 호르몬에 영향을 미쳐 성기능 장애가 발생하고, 운동신경이 약화돼 몸이 뻣뻣해지기도 한다.

또 최근엔 뇌자기자극치료(TMS)를 통해 경련이나 기억력 장애등의 부작용 없이 신경계 내 유전자 기능 회복까지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약물 복용은 첫 발병 후 적어도 2년 이상해야 하며, 재발되면 5년 이상 복용하는 것이 좋다.

약물 치료를 중단할 경우 재발 가능성은 70~75%까지 높아진다. 권 교수는 “재발이 반복되면 점점치료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꾸준한 약물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전문의가 본 영화 '뷰티풀 마인드'

2002년 골든 글로브 4개 부문 수상, 아카데미 8개 부문 후보 노미네이트. 이러한 명성만으로도 영화 ‘뷰티풀 마인드’는 세인의 주목을 받을 만한 영화다.

특히 존 내시라는 천재 수학자의 삶을 그려내는 영화의 전기적 요소는 정신분열병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미스터리적 구성을 더해 영화의 재미를 극대화시켰다.

이 영화는 일반인들이 정신분열병에 대해 갖고 있는 막연한 공포심을 없애주면서 병에 대한 이해를 돕게 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정신과 의사의 관점에서 보면 지나친 과장도 있었고, 관객으로 하여금 오해를 갖게 할 수 있는 소지도 보였다.

우선 영화 속에서 내시를 정신병원에 강제로 끌고 와 침상에 묶은 뒤 인슐린 쇼크 치료를 받게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인슐린 쇼크치료법은 약물이 개발되기 이전에 사용하던 방법으로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다. 또 주인공이 약의 부작용을 걱정하며 복용을 기피하는 장면이 나온다.

정신분열병에 사용되는 약물은 몸이 뻣뻣해진다거나 안절부절 못하는 부작용을 보일 수 있다. 이런 부작용으로 인해 많은 환자들이 약물 복용을 기피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개발돼 많이 사용하는 새로운 약물들은 부작용이 적거나 거의 없어 환자들의 약물 복용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한편 이 영화는 극적 요소를 위해 부인 앨리샤의 헌신적인 사랑에 많은 비중을 두었다. 많은 관객들은 내시의 회복이 앨리샤의 사랑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정신분열병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약을 꾸준하게 복용하는 것이다. 거기에 주위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이 함께 할 때 병의 극복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내시는 발병을 한 후 상당기간이 지난 다음에야 치료를 받았다. 발병한 뒤 치료시기가 늦어지면 뇌 손상이 더욱 심해져 치료가 더욱 어렵게 된다.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조기 발견, 조기 치료가 정신분열증에서도 중요한 것이다. 정신병은 더 이상 숨겨야하는 병이 아니다.

감기환자가 내과에 가듯 우리 몸의 일부분인 머리에 병이 생긴 사람은 정신과에 가야 하는 것이다.

우리 주위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음지에서 정신분열병으로 소외되고 고통받고 있으며 오늘도 그들은 주위 사람들의 ‘뷰티풀 마인드’를 기대하고 있음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 권준수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유명인과 정신분열병

반 고흐, 에드바르드 뭉크, 요하네스 횔더린, 그리고 아이작 뉴튼. 많은 예술가와 과학자들도 정신질환을 앓았다.

물론 일반인에 비해 이들의 발병율이 높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잘 알려진 그들의 이야기는 정신분열병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된다.

네델란드 출신 화가 고흐는 정신분열병에 걸려 자신의 귀를 자르고,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독일의 작가 횔더린도 33세에 발병해 이후 42년간 정신분열병으로 고생했다.

1863년 노르웨이에서 태어난 화가 뭉크는 정신분열병 발병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는 어릴 적 여동생 소피와 어머니를 폐결핵으로 잃었다.

그는 자신이 쓴 글에서 ‘내 침대 주위를 지키는 검은 천사는 질병과 미치광이’라고 밝혔다. 정신적인 충격이 컸던 것이다. 그의 큰 누이 역시 정신분열병을 앓았다.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권준수 교수는 “태아에서 뇌가 발달할 때 미세한 손상이 생기고 사춘기를 지나면서 외부의 자극이 올 때 정신분열병으로 나타난다”며 “남매가 정신분열병을 앓았던 뭉크의 예를 보면, 유전적 요인이 정신분열병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