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사찰인근 각종개발에 조직적 반발불교계가 최근 사찰 인근의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각종 개발공사에 맞서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등 환경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조계종 승려와 불자들은 5일 오후 서울 견지동 조계사에서 1만 여명이 모인 ‘범불교도 결의대회’를 열고 각종 개발공사에 따른 생태계환경 및 사찰환경 파괴를 강력히 규탄했다.
이날 대회는 지난달 북한산을 통과하는 서울외곽순환도로의 건설 저지과정에서 북한산 회룡사 선원 소속 비구니 스님 3명이 공사강행에 나선 건설사와의 충돌로 부상을 당하자, 조계종 정대(正大) 총무원장의 지시로 마련됐다.
특히 근래에 보기 드물게 조계종 산하 2,500여 본ㆍ말사가 모두 참여하는 등 불교계의 세과시가 이뤄졌다.
서울외곽순환도로 일산~퇴계원구간은 경기 고양시~ 의정부~ 서울 노원구 상계동~ 경기 남양주시를 잇는 36.3㎞의 8차선 도로.
1996년 민자유치로 사업자가 확정돼 지난해말 공사가 시작됐다.
불교계는 이날 대회에서 “북한산을 관통하는 공사가 시작되면 소음 및 진동, 지하수 고갈, 산림훼손 등으로 국립공원 북한산및 수락산, 불암산 일대의 자연환경이 파괴되고 이 일대 30여개 사찰이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조계종은 2000년 이후 15개 전통사찰 주변에서 개발에 따른 침해 사례가 있었다고 보고, 이중 6곳을 중점 관리대상으로 삼고 적극 대처키로 했다.
6곳은 북한산일대를 포함해 경부고속도로가 통과하는 경남 양산의 내원사와 부산 범어사, 케이블카가 설치되는 경남 통영의 용화사, 인근에 대형 건물이 신축되는 서울의 조계사와 봉은사다.
하지만 불교계의 고민은 이같은 집단적 움직임이 시민의 공익을 앞세운 국가나 지역자치단체의 개발논리에 맞서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데 있다.
당장 북한산 관통도로 공사를 맡은 서울고속도로주식회사측은 “의정부 지역의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북한산 관통도로가 최선의 방책”이라며 “불교계가 35만 의정부 시민을 위해 자비심을 베풀어 달라”고 맞서고 있다.
여기에 불교계 내부에서도 “수행 도량을 짓기 위해 자연을 훼손하고, 사찰을 공원화해 입장료 수입을 벌어들이면서도 환경문제에는 무관심으로 대처해온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 봐야 한다”는 반성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에는 경남 합천 해인사가 지난해 말 경내에 43㎙ 크기의 초대형 청동대불을 건립하려고 했다가 ‘자연환경을 훼손한다’는 내부 비판에 밀려 사실상 포기한 전례도 있다.
당시 불교계 신문에 비판 칼럼을 게재했던 전북 남원 실상사의 수경스님은 최근 불교계의 움직임을 겨냥해 “불교계가 환경문제에 침묵해오다 이해관계가 걸려있을 때만 집단적으로 나선다면 외부로부터 어떤 호응도 얻을 수 없다”며 “‘인간은 자연을 소유할 수도 없고 소유해서도 안 된다’는 부처의 가르침으로 돌아가 불교계가 환경운동에 앞장서 나가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한편 불교계 일각에서는 ‘지리산 살리기 국민행동’ 공동대표를 맡은 도법 스님을 중심으로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운동이 진행되는 등 본격적인 환경운동 움직임도 일고 있어 환경 문제를 둘러싼 불교계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