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첫 본선에서 16강 진출, 1년만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0계단 상승. 코스타리카 축구의 과거와 현재 지위를 알려주는 객관적인 지표다.티코(Ticos)라는 대표팀의 애칭처럼 항상 아담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인구 377만명의 소국. 하지만 축구에서 만큼은 북중미의 거인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일찌감치 북중미 최종예선 1위로, 1990년 이탈리아대회 이후12년만에 월드컵 본선진출을 확정지은 코스타리카는 2번째 본선무대인 한일월드컵서 내심 8강 진출을 겨냥하고 있다.
지난해 초 FIFA 랭킹이 60위에서 30위로 수직상승, ‘FIFA 발전상’을 수상한 신흥 강호답게 올 1월 북중미 골드컵 준결승서도 한국을 3_1로 제압했다. 현재 랭킹은 26위.
▼완초페와 폰세카
코스타리카가 결코 약체로 분류될 수 없는 근본적 요인은 공격진의 탁월한 득점력에 있다. 예선 14경기에서 25골을 뽑아낸 공격진의 중심에는 파울로 세자르 완초페(26)-롤란도 폰세카(28ㆍ알라후엘렌세)가 자리잡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보다 한 단계 낮은 1부리그(디비전1) 맨체스터시티에서 뛰고 있는 완초페는 골드컵서 한국과 2차례 맞붙어 3골 1어시스트를 기록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대형 스트라이커다.
잉글랜드 대표 사령탑을 지낸 케빈 키건 맨체스터시티 감독은 “그를 만나면 (경의를 나타내기 위해)모자를 벗어야 한다”며 나날이 급성장하는 기량에 경탄하고 있다.
북중미 예선서 팀내 최다골(10골)을 기록한 폰세카는 팀 공헌도 면에서는 완초페를 능가한다. 왼발 오른발을 가리지 않는 파워 넘치는 슛, 탁월한 점프력과 프리킥 능력까지 탁월한 그는 멕시코 클럽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로도 활약했을만큼 강한 체력과 넓은 시야까지 겸비했다.
여러 번 유럽무대를 노크했지만 결실을 맺지 못한 탓에 이번 월드컵을 유럽 진출을 위한 마지막 기회로삼고 있다. 코스타리카가 3-5-2를 주전형으로 하면서도 공격적인 플레이를 견지할 수 있는 배경도 이들의 활약과 무관하지 않다.
▼약점
완초페, 폰세카에 앞서 코스타리카의 최고영웅으로 군림했던 베테랑 골잡이 에르난 메드포드(34ㆍ사프리사)의 출전이 불투명해졌다.
90년 이탈리아대회서 강호 스웨덴을 격침시키는 결승골을 넣은 그는 두 번째 본선진출을 눈앞에 두고도 오랜 무릎 부상 끝에 결국‘재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을 받은 것.
그의 결장은 예비멤버의 전력약화로 직결된다. 또 공수전환이 다소 늦고, 북중미 예선 원정경기에서 2무4패의 초라한 성적을 거뒀을 만큼 원정경기에 약한 징크스도 아킬레스건이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기마라에스 대표팀 감독
“해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정신상태를 바꾼 것이 팀 발전의 가장 큰 원동력이다.”
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 선수로 출전, 코스타리카의 16강 진출을 일궈낸 알렉산더 기마라에스(43) 감독은 2000년 말 사령탑에 오른 뒤 한일월드컵 북중미 최종예선서 팀을 1위로 끌어올려 일약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브라질에서 태어났지만 85년 코스타리카인과 결혼, 코스타리카 국적을 얻은 그는 지난 1월 북중미 골드컵 기간 중 가진 인터뷰서 “공수전환의 속도가느린 약점만 보완한다면 2회 연속 16강 진출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_팀을 북중미 최고의 팀으로 이끈 원동력은.
“대표팀 고정멤버나 다름없던 해외클럽소속 선수들의 안이한 정신상태를 고친 것이전력 향상의 주 요인이다. 국내 선수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 출전기회를 얻을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 바탕 위에 보다 공격적인 스타일로 팀 컬러를바꾼 것이 주효했다.”
_16강에 대한 전망은.
“쉽지는 않다. 중국은 마치 홈경기를 치르듯 자신 있게 경기를 할 것이고 세계적인선수와 클럽을 보유한 터키 역시 매우 강하다. 그리고 브라질은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다. 브라질과의 경기에는 우리가 잃을 것이 없기 때문에 홀가분하게나설 것이다.”
_월드컵에 대한 준비계획은.
“우리는 고정멤버를 갖고 있지만 아직 새로운 선수들에게 문을 열어놓고 있다.앞으로 훈련을 통해 공수전환이 느린 단점을 집중적으로 보완 할 것이다.”
_90년 월드컵 때 감독이었던 보라 밀루티노비치 중국 감독과 맞서게 됐다.
“당시 그는 나를 지도한 감독이지만 개의치 않는다. 월드컵에서는 밀루티노비치감독이 아니라 그가 지도하는 중국대표팀과 싸우는 것이다. 그가 이끌던 12년전의 코스타리카가 아니다.
■축구연맹-프로구단 갈등 내분
코스타리카 축구의 미래는 장밋빛만은 아니다. 최근 코스타리카축구연맹 집행부가자국 프로구단들의 압력으로 총사퇴하는 등 한일월드컵을 80여일 앞두고 최악의 혼란을 맞고 있다는 평가가 오히려 정확하다.
월드컵을 앞두고 다음달 한국ㆍ일본과의 평가전을 추진하던 연맹이 대표선수 차출을위해 지역선수권 일정을 조정해 줄 것을 클럽측에 요청했지만 구단들이 이를 거부, 파문이 커졌다. 코스타리카축구연맹을 2년간 이끌어온 에르메스 나바로회장은 4일(한국시간) “이러한 비협조 속에서는 더 이상 집행부를 운영할 수 없다”며 사퇴를 선언했다.
대표팀 운영의 재정적 압박도 어두운 단면. 알렉산더 기마라에스 감독은 올 1월 한일월드컵 본선진출국으로는 유일하게 정예 멤버를 이끌고 북중미 골드컵에 출전했던 배경에 대해 “해외 평가전을 자주 가질 수 없어 월드컵 전까지 발을 맞춰 볼 기회가 적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팀의 훈련에 재정적인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코스타리카는 자국연맹의 불안정에도 불구, 한일월드컵은 물론 자국축구의 미래에 대한 확실한 청사진을 갖고 있다.
500여개의 유소년클럽은 물론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은 일반인들의 풀뿌리 축구가 건재하기 때문이다.
월드컵16강을 위해 협회차원에서 온갖 사기 진작책을 준비하면서도 축구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한국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박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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