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기간(5월31일~6월30일) 중 중국인 관광객들이 북한을 경유하는 육로를 통해 서울로 오는 방안이 협의 되고 있다는 탕자쉬안(唐家璇)중국 외교부장의 발언을 주목한다.물론 唐 부장의 발언이 공식 발표가 아니라 기자 질문에 대한 답변이고 성사를 위해서는 여러 난제가 풀려야 한다.우리 정부 관계자들이 북한의 개방에 대한 두려움, 열악한 철도 사정과 육로 개방에 대한 북한 군부의 거부감 등을 들어 성사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것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해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중국 외교 사령탑이 남북의 육로 개방에 관심을 표시한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唐 부장은 중국 전국인민대회 회의 중 가진 기자 회견에서 “나를 포함한 중국 정부는 이 문제에 관심이 많다” 고 전제한 뒤 “3개국(한ㆍ중ㆍ일) 유관 기관과 여행업계가 공동으로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월드컵 기간 중 우리나라를 방문 할 중국인 관광객은 10여만명으로 추산된다. 기존 항공편과 배편만으로는 수용에 한계가 있을 것이며 이들 가운데는 북한과 가까운 동북 3성(라오닝 지린 헤이룽장)에 사는 사람들도 있다. 베이징(北京)과 평양 사이에는 이미 주 4회 정기열차가 운행되고 있다.
게다가 북한은 4월29일부터 6월29일까지 열리는 대규모 매스 게임인 아리랑 축전에 외국인 관광객을 적극 유치한다는 방침이다. 우리 정부도 금강산 관광과 아리랑 축전을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중국인 관광객 중에는 월드컵과 아리랑 축전을 함께 관람하고자 하는 경우도있을 수 있다.
소수라 할지라도 중국인 관광객이 한반도를 종단, 서울에 온다는 것은 상징성이 사뭇 크다. 남북 당사자가 직접 뚫은 것은 아니지만 판문점의 육로가 일반인에게 개방되는 첫 사례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상징성은 정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남북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것이다. 육로 개방은 또 남북간 현안중 하나인 경의선 연결 공사에 탄력을 줄 수도 있다.
판문점을 관장하는 유엔군 사령부의 한 관계자가 “ 이 방안이 실현될 경우 남북관계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는 보도에 눈길이 간다. 육로 관광의 성사 여부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단에 달려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북한은 육로 개방이 남북 교류 증대에 촉매제가 되고 국제사회에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이 바깥세상 돌아가는 물정을 알 때도 됐다는 생각에서 일말의 기대를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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