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의 학문 편식이 심각하다. 오로지 취업과 고시준비에 도움 되는 실용과목만을 선호하면서 인문학, 자연과학 등 순수ㆍ기초 학문 강좌의 폐강이 속출하고있다. 더욱이 이공계생들도 자신의 전공과목을 외면하는 경향이 뚜렷해 대학이 취업ㆍ고시준비 학원으로 전락하고 대학교육이 기형화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6일오후 서울대 인문대 214호 강의실. 철학과의 ‘비평과 철학’강의가 진행중이지만 60개 좌석 중 자리를 채운 학생은 불과 4명. 수강신청 변경기간이 끝나는 9일까지 더 이상의 신청자가 없으면 이 강좌는 폐강이 불가피하다.
서울대의 경우 올 1학기 개설된 인문학 교양 강좌중 이 강좌를 포함해 30여개가 하한선(19명)을 채우지 못해 폐강의 위기에 놓여있다. 지난 학기(19개)보다 폐강 강좌수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연세대도‘수학과 현대사회’, ‘비교문학’ 등 기초학문 강좌가 학생들의 외면을 받고 있고, 이화여대도 ‘우주와 나’등 기초자연과학 교양 과목이 폐강될 처지다.
특히 이공계 전공자들도 필수과목 외엔 전공을 외면, ‘물리학실험’ ‘유기화학 실험’ 등 실험강좌 등이 잇달아 폐강될 위기에 처해있다. 서울대의 경우에도 이공계 전공과목 가운데 24개가 폐강될 상황이다. 서울대 공대 3년 이모(24)씨는 “공대생들 사이에서도 의무이수학점만 듣고 취업ㆍ고시준비를 위해 법대 강의실을 드나드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법학ㆍ경영ㆍ경제학강좌는 상황이 정반대다. 수강 신청 10여분만에 정원이 차버리기 일쑤이고 신청을 위해 새벽부터 긴 행렬이 늘어선다. 서울대는 과목 편중현상이 심해지자 올해부터는 아예‘형사소송법’등 8개 강좌는 개설 학과가 신청자 중 수강생을 고르도록 하는 고육책을 내놓았다.
학문편식현상에 대해 대학측과 교수들은 “취업난 등으로 어쩔 수 없다”면서도 “이대로 가면 기초학문 자체가 고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대 최갑수(崔甲壽ㆍ서양사학과)교수는 “기초학문 보호를 위해 정부가 실용학문의 전문대학원화 등을 하루 빨리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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