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철강에 대한 미국의 일방적인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놓고 유럽연합(EU)과 아시아 국가등 철강 수출국들의 반발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다.수입철강에 최고 30%의 관세를 매기게 돼 있는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가 발효되는 날은 20일. 일단 철강 수출국들은 세이프가드 조치가 취해지기 전 20일 간 주어지는 미국과의 사전 협의와 품목별 재조정을 위한 120일 동안의 개별 협상에 희망을 걸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이 같은 조치는 충분한 사전 협의기간을 둬야 한다는 WTO의 조정기준을 맞추기 위한 요식행위라는 점에서 별다른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 수출국들은 WTO에 기댈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EU가 미국을 WTO에 공식 제소한 것을 신호탄으로 우리나라와 일본,중국 등 주요 수출국들도 국제 공조 체제를 유지하면서 WTO 제소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WTO를 통한 분쟁해결의 길은 험난하다. WTO 제소와 패널을 통한 협상에는 1~2년 가까이 걸리는 예가 적지 않다. WTO의 조정능력에도 회의를 표시하는 시각이 많다. 현재 WTO에 제소된 건수는 모두 240건.
여기에다 새로운 무역질서를 규정하게 될 뉴라운드 협상을 진행중인 WTO 입장에서 이번 철강분쟁 해소 작업은 버거운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번 분쟁이 WTO의 분쟁조정기구에 과부하를 걸 것이며 이에 따라 분쟁조정 시스템이 시련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철강 수출국 간 연합전선이 제대로 유지될 수 있을지가 미지수다.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과의전반적인 교역관계를 감안해야 하는 철강 수출국 간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리는 데다 벌써부터 새로운 수출 판로를 둘러싸고 철강 수출국 간 갈등이 심화할 가능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EU의 앤서니 구치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우리는 급격한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며 “수입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자체 세이프 가드 조치를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냉철(Cold Steel)’로 시작된 무역분쟁이 예측불허의 전면적인 무역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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