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최고의 종교건축물 선정, 통념 깨고 첨탑ㆍ십자가 없애천주교 서울대교구 원당성당(주임신부 강석)이 2001년에 세워진 한국 종교 건축물 중 가장 뛰어난 걸작으로 선정됐다.
한국건축가협회는 지난달 26일 원당성당등 지난해 신축된 50여개 건축물 중 제주 월드컵경기장, 서울예술대 안산캠퍼스 등 우수작 7점을 선정해 발표했다.
종교건물로는 원당성당이 유일하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성사동에 위치한 원당성당 건물은 최근 교계의 대형화, 권위주의화 흐름에서 벗어나 정신적 가치를 중시하는 종교 본연의 자세를 강조하고 있어 교계 안팎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원당성당의 예배당으로 사용되는 지상3층의 본당 건물은 300여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중소규모.
성당의 위용을 ‘과시’하는 높은 첨탑이나 대형 스테인드글라스(색유리)는 찾아볼 수 없다. 대신 노출 콘크리트 공법을 채택해 도시적이고 현대적인 분위기를 강조했다.
성당을 설계한 백문기(54) 정림건축건설본부장은 “최근 물질적 가치를 중시하는, 수용인원 2,000~ 3,000명 규모의 대형 종교건물을 바라보면서 교회가 어떤 건물이어야 하는가 되묻게 됐다”며 “그 해답으로 기존 성당이 가지고 있는 기호학적 고정관념에서 탈피했다”고 말했다.
원당성당에는 본당 예배당 외에도 작고 고요한 예배당이 하나 더 있다. 본당과 사제관, 수녀원 건물 가운데 놓인 ‘성모동산’이라고 불리는 작은 마당이 그것이다.
원당성당 신자들은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개별적으로 기도를 올린다. 성당 입구에서 성모동산으로 들어가는 램프는 어둡고 좁은 긴 통로로 마치 입구에서부터 ‘빨려 들어가듯’만들어졌다.
건물 지붕 위에 십자가가 없는 점도 특이하다. 백씨는 “서울의 밤 하늘을 차지하고 있는 교회와 성당의 빨간 십자가가 주는 시각적 거부감을 탈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밑밑한 지붕과 십자가가 없다는 설계는 1999년 서울교구청 심의 때에도 논란이 됐었다.
그러나 “성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면 차라리 기존 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이 낫다”는 백씨의 설득이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처음에는 낯설어 하던 신자들도 점차 호응을 하고 있다.
원당성당 여성 총구역장 손영애(44)씨는 “생소했던 처음과 달리 이제는 현대감각을 살린 아름다운 건물이라고 생각한다”며 “좀더 충실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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