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행위의 주안점이 창작이 아닌 비평으로 흐르는 것이 답답합니다. 문학 교육이란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공부가 돼야 하는데, 대부분의 학생이 작품에 대한 해석만 하려고 하니 걱정입니다.”이상섭(65) 연세대 영문과 명예교수는 문학 공부는 평론이 아니라 창작이 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교수는 지난달 35년간 봉직했던 대학 강단을 떠났다.
정년 퇴임에 맞춰 낸 평론집 ‘역사에 대한 불만과 문학’(문학과지성사 발행)에서 그는 “문학 공부는 작품 해석에 국한되고, 창작은 취미 활동으로 치부해 버린다”며 최근 우리 대학에서의 기형적인 문학 교육을 엄중하게 질타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문학은 역사에 대한 불만과 관계가 있다. 그러나 역사도 문학에 대해 불만을 가질수 있다”는 말로 독자들이 역사소설이나 TV드라마를 마치 진짜 역사로 착각하는데 대해서도 경고했다.
“역사는 객관적인 사실, 문학은 가공된 이야기라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평론집과 함께 낸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연구’(문학과지성사발행)에서도 그의 비판은 이어진다.
이 책은 서양문학을 공부하다 보면 반드시 만나게 된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번역, 주석하고 해설한 책이다.
“한국의 평론가들은 원전(原典)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는다. 문학을 이해하려면 동서양의 고전을 충실하게 읽는 것이 기본 아닌가.” 이교수는 18세기 영국 시인 알렉산더 포프의 말을 인용했다.
“포프가 ‘운문 멍청이 하나가 산문 멍청이 열을 낳는다’는 말을 했다. 시인 한 사람이 작품을 내자마자 평론 쓰는 산문가 열 명이 들러붙어 이러쿵저러쿵 평을 하는데, 기실 원작이나 평론이나 모두 신통치 않음을 통렬하게 꼬집은 것”이라고 한다. 18세기 포프의 재담이 21세기 한국 문단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고 그는 말한다.
이교수는 영문학자이면서도 우리말에 깊은 관심을 가져 국어사전을 편찬한 이로도 잘 알려져 있다.
15년 넘게 사전 작업을 해오면서 ‘연세 한국어사전’ ‘연세초등국어사전’ 등을 펴냈다.
“영문학자가 우리말과 글을 생생하게 다루는 국어사전을 만들겠다고 덤비다니 돈키호테처럼 보일 것”이라면서 그는 웃었다.
하지만 “기존의 국어사전에 대한 불만이 견딜 수 없을 지경”이라는 그는 우리말을 다듬고 정리하는 작업을 평생의 일거리로 삼을 참이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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