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선조가 임진왜란 전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에게 보낸 외교문서를 비롯해 일본 황실에서 소장하고 있는 한국 고문서 목록집이 발간됐다.이 자료집은 국내 대표적 서지학자들로 구성된 해외 전적(典籍) 조사연구회(대표 천혜봉 전 성균관대 교수)가 1998~2000년 일본 황실 도서관 격인 궁내청(宮內廳) 서능부(書陵部)를 방문, 조사해 파악한 한국 고문서 636종 4,678점의 내역을 정리해 펴낸 것이다.
우리 선조의 저술은 물론 중국과 일본의 책이라도 우리나라에서 인쇄ㆍ필사된 것은 모두 포함했고,저ㆍ편자, 판종, 인쇄(필사) 시기와 장소, 책의 크기, 장정, 종이질 등을 상세히 기록했다.
조사에 참여한 박상국 국립문화재연구소 예능민속연구실장은 “궁내청 서능부에는 국내에 남아있지 않은 희귀 고문서가 여럿 있고 조선시대의 각종 활자본이 완벽한 형태로 보관돼 있어 옛 출판문화 등 연구에 많은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선조가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의 줄기찬 요청에 따라 1590년 3월 통신사를 파견하면서 보낸 ‘朝鮮國王李贈豊太閤書幷物目’(조선국왕이연증풍태합서병물목).
일상적 안부를 묻고 양국간 우호 증진을 바라는 의례적인 내용이지만 한일간에 오고 간 외교문서로는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당시 외교문서의 양식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사료다.
특히 당시 통신사로 파견됐다가 이듬해 돌아온 관리들이 일본의 침략 준비 상황을 축소 보고해 임진왜란에 미리 대비하지 못한 뼈아픈 역사가 스며있기도 하다.
또 고려 숙종 때 북송에서 수집해 소장했던 ‘통전’(通典)도 발견됐다.
이 책에는 숙종의 소장본임을 밝히는 어장인(御藏印)과 함께 ‘경연’(經筵) 직인도 찍혀있어 조선 왕실에서도 교육 자료로도 활용됐음을 알 수 있다.
이밖에 조선 세종 때 간행된 산학서 ‘송양휘산법’(宋楊輝算法), 명종 또는 중종 때 간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명의 의서 ‘옥기징의’(玉機徵義) 등도 국내에는 없는 귀중한 책들이다.
해외전적조사연구회는 문예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1991년부터 일본 미국 프랑스 등 해외 각지로 유출된 고문서 현황을 조사해왔으며 올해는 영국 대영도서관을 방문할 예정이다.
그러나 예산 지원이 충분치 않아 어려움도 겪고 있다.
박상국 실장은 “해외 유출 문화재의 반환 문제가 오래 전부터 거론돼왔지만 어떤 문화재가 어떤 경로로 흘러나갔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먼저 정확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다양한 활용 방안을 찾는데도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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