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부가 최근 발표한 한 연구보고서가 언론의 주목을 끌었다.가정에서 이루어지는 가사노동을 생산활동으로 받아들이고 그를 금전으로 환산해보니 이 몇 년 사이 뜻밖에도 연143조~169조원이나 되는 큰 액수였고 그 액수는 국내총생산의 30~35.4%나 차지하는 큰 규모라는 점 때문이었다.
언론의 보도제목은 수치에 관심을 보인 ‘주부家事 연 169조 가치’식이었다.
여성부의 연구용역에 따라 여성학, 가정관리학 전공자들이 연구하여 제출한 이 보고서의 원제는 ‘무보수 가사노동 위성계정 개발을 위한 연구’이다.
제목이 까다로워 보이지만 연구초점은 명료하다. 셋으로 나눠보면 된다.
우선, 생산현장에서는 파업의 경우에만 무보수가 운위되지만 가사노동은 항상 무보수이며 다음, 바로 무보수라는 점 때문에 가사노동은 경제통계나 국내총생산에 반영되지 않아왔고 그 다음, 그렇게 가사노동을 경제통계에 반영하지 않는 일은 온당하지 않으니 가사노동도 생산활동이라는 점을 적시한 위성계정(satellite accounts)이라는 틀을 보완적으로 도입하여 경제통계에 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주부의 가사노동에 대한 가치평가가 있기는 했었다. 그 평가는 이혼, 재난 등의 불행한 일이 생길 경우 여성의 재산분할청구권, 보험금 등에 기준치로 적용되어 왔었다.
그러한 점 때문에 언론은 가치평가 부분 중 수치에 더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러나 여성부의 이번 보고서는 가사노동이 생산활동의 하나라는 점을 분명히 한후 가사노동의 가치를 계산한 것이어서, 또한 계산을 할 때 주부뿐 아니라 가족 전체의 가사노동을 대상으로 하여 의미 있게 보인다.
은연중 가사노동은 주부만의 몫이 아니라 가족 전체의 몫이라는 점을 웅변한다.
이 보고서를 계기로 알게 되었지만 세계여성대회, 유엔개발계획, 유엔경제사회위원회등이 가사노동은 기존의 경제정의에서는 관찰되지 않는 활동이지만 누군가에게 대신 맡길 경우 드러나듯 생산활동이 분명하므로 경제통계에 반영시켜야 한다고 역설해온 것은 이미 수년 전부터이다.
“가사노동과 자급자족의 농업, 산업생산을 다 함께 인간의 경제통계에 반영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벌써 1996년에 있었다(www.bucknell.edu/~jshackel/iaffe).
유엔경제사회위원회 용역을 받은 한 연구에 따르면 (www.un.org/esa/eas99dp4.odf), 가사노동의 문제는 그간 주로 여성운동가의 관심 대상이었다.
노동의 가치만 인정 받으면 충분하다는 주장부터 여성의 사회진출에 장벽이 되니 남녀간에 노동분담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다양했다.
‘housewife(주부)’라는 말을 ‘houseengineer’라 바꾸자는 주장까지 나오는 미국에서야 다르겠지만 우리사회에서는 가사노동은 여성의 일,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 무가치한 일’로 여겨진다.
여성운동가들 주장을 따르지 않더라도 무보수 가사노동은 누구인가가 해야 할 일이고 사실 다른 생산활동보다 더 중요한 일이다.
여성의 참여가 절실히 요구되는 발전의 시기, 가사노동은 여성의 일이기만 해서는 안 된다.
박금자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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