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알 카에다 잔당을 궤멸시키려는 미군의 막바지 토벌 작전이 알 카에다의 예상치 않은 강력한 저항에 직면, 개전 이래 최대 미군 희생자가 나오면서 휘청거리고 있다.1일이후 연일 미군의 대규모 융단폭격이 이뤄지고 있는 아프간 동부 산악지대에서 3일 밤 미군 특수부대 수송용 헬기 2대가 잇따라 로켓추진 수류탄으로보이는 공격을 받았다.
이중 한 대가 격추돼 미군 병사 8명이 숨지는 등 폭격 개시 4일 만에 모두 9명이 사망하는 최악의 인명피해를 낳았다.
미군이 전투 중에 전사한 것은 지난 해 10월 아프간전 개전 이래 사실상 처음이며 헬기가 격추된 것도 첫번째이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부 장관은 4일“알카에다의 저항이 생각보다 강력하다”며 병력을 추가 파병할 수 있음을 강력 시사했다. 일부에서는 알 카에다와 탈레반군이 척박한 산악동굴 지대를 근거지로 본격적인 게릴라전에 돌입한것으로 판단, 미군의 아프간 작전이 마무리 단계에서 수렁 속에 빠질 가능성도 큰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
◇ 전황
미군은 아프간 동부 팍티아주(州) 주도인 가르데즈 인근 아르마 산맥 동굴지대에 알 카에다 조직원이 재집결한 것으로보고 1일 이후 연일 대규모 공습을 가하고 있다.
‘아나콘다(아마존의 큰 뱀)’ 로 명명된 이번 작전에서1,000여 명의 미군 및 서방 연합군은 B_1ㆍB_52 폭격기, F_15 전투기, 아파치 헬기, AC_130 무장헬기, 열기압 폭탄 등 탈레반정권 붕괴 이래 최대 규모의 병력과 장비를 동원, 아르마 산맥과 팍티아주 인근 로가르주(州)를 집중 폭격했다.
1,000여 명의 아프간 정부군은인근 도로를 봉쇄, 이들의 퇴주를 막았다. 미군은 아프간 전체에 은신해 있는 알 카에다 잔당 규모가 최대 5,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이중 500~1,000명이 이 지역에 집중 포진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작전 지역이 해발 2,700~4,000㎙에 기온도 영하 15도 이하로 떨어지는춥고 험준한 산악 지대여서 작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토미 프랭크스 중부군 사령관은 “이들이 15~20명 소단위로 흩어져있어 위치 파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도 “한겨울 로키산맥과 같은 곳” 이라며 “이들이 저항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집결한 것인지 고향으로 귀환하려는 것인지 확실치 않다” 고 밝혔다.
◇ 최악의 인명피해
개전 이래 가장 큰 피해로 기록된 3일 밤 헬기 피격은 특수부대원과 보급품을 수송하기 위해 산악지대에 착륙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미군 특수부대 소속MH_47 치누크 헬기 한 대가 착륙과정에서 수류탄 공격을 받고 급히 이륙하는 과정에서 미군 한명이 추락, 사망했다. 이어 또 다른 치누크 헬기가피격, 탑승 미군 중 7명이 사망했다.
이번 폭격에 의한 부상자는 40여 명 정도로 알려졌으며, 알 카에다도 100~2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이로써 개전 이래 미군 사망자는 총 30명으로 늘었으나 지금까지의 사망자는 주로 오폭, 추락사 등 교전과 관계없이 발생한 것이어서 이번 전투에서 미군 지휘부가 느끼는 충격은 훨씬 컸다.
조지W 부시 대통령은 4일 “미국민들이 애도하고 슬퍼하는 것처럼 나 역시 그렇게 느끼고 있다” 고 조의를 표한 뒤 “3개월 전과 마찬가지의 결의로 끝까지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4일 밤에는 가르데즈 인근 미군기지 근처 검문소에서 서방 기자단을 태운 차량이 박격포와 로켓 공격을 받아 캐나다 기자가 부상했다.
◇ 본격적연합작전
미군과 영국군이 주도했던 지난 해 아프간 전쟁과 달리 이번 공습에는 미군 외에 독일, 캐나다, 호주, 덴마크, 프랑스, 노르웨이 등 서방 연합군 200여 명이 대거 동원됐다.
특히 독일 특수부대가 2차대전 종전 이후 처음 전투에 참가했다. 미군은 육군 제101 공수사단과 제10 산악사단 병력 900여 명이 주축이 됐다. 미국의 대 테러전에 비판적인 프랑스군도 미라지 2000D 전투기를 발진시켰다.
미군은 당초 압도적인 화력과 특수부대 투입으로 토벌작전을 마무리짓겠다는 계산이었으나 알 카에다의조직적 저항과 미군의 피해 등으로 작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어떤 무기 쓰이나
격추당한 미군의 ‘시누크(CH_47)’ 헬기는 병력 및 물자 수송이 주 임무. 1962년 개발된 이 헬기는 저고도 고속비행이 가능해 야간 및 악천후 시 특수부대 수송을 주로 맡는다. 두개의 엔진으로 힘이 좋아 평시에는 화재진압, 건설,재난구조 등에 널리 쓰였다. 한번에 30명 이상의 무장병력과 14여 톤의 물자 수송이 가능하며 적외선 레이더, 공중급유 능력을 갖춘 첨단 장비다.
시누크를 떨어뜨린 탈레반측의 재래식 무기 역시 현지의 험한 지형과 기상조건을 감안하면 충분히 위협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토미 프랭크스 미군 중부사령관은 “이들이 기관총 등소화기에서부터 로켓추진 수류탄, 러시아제 SA-7이나 미국제 스팅어 미사일과 같은 운반 가능한 지대공 미사일도 다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미군이 2일 아프간 전선에 첫 선을 보인 ‘열압력탄’은동굴 공격만을 위한 신형 폭탄. 동굴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구름 형태의 2차 폭발 물질이 강력한 후폭풍과 함께 밀폐된공간의 산소를 빨아들이면서 적을 질식시키는 형태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