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통령 선거가 임박한 즈음. 재계는 대선 후보들의 숱한 공약 중 재계의 이해관계에 부합하지 않는 공약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 판단 기준은 각각의 공약이 시장경제 논리에 반하느냐, 그렇지 않느냐. 집중 공세를 받은 후보는 재계와의 타협을 시도한다. 한국 정치의 생명은 ‘돈’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4일 경제5단체장 회의에서 채택된 ‘올해 국가 대사에 즈음한 경제계 제언’을 토대로 생각해 본 수개월 후의 가상 시나리오다.
재계는 이날 “대선 후보의 공약을 면밀히 검토해 정치 논리에 의해 경제를 희생시키는 선심성 인기영합주의를 철저히 배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후보들의 공약별로 시장경제 육성에 반하는지 여부를 평가해 이를 후보들과 기업들에게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어떤 이해집단이 정치권을 향해 제 목소리를 내고 입맛에 맞는 후보를 지원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더구나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번번이 잡아 온 국내 현실을 감안하면 그 동안 빼앗겼던 권리를 되찾는 과정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재계는 ‘자금줄’ 이라는 막강한 무기를 쥐고 있다는 점에서 노동계나 시민단체 등 타 이해집단과는 다르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재계가 정치 세력화할 경우 정치는 재계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최근 노동계 등 이익집단을 향해 “선거에 편승해 과도한 요구를 하지 말 것”을 주문했던 재계가거꾸로 선거를 앞두고 이익집단화하려는 것도 앞 뒤가 맞지 않는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아서도 안되지만 경제가 정치의 발목을 잡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
이영태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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