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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서울과 베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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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서울과 베이징

입력
2002.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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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베이징(北京)에서 돌아온 한 유학생에게 놀라운 말을 들었다. 서울과 베이징의 도시 인상이 역전된 것처럼 보인다는 말이었다.전에는 베이징에서 서울에 돌아오면 우선 깨끗하다는 인상이 앞섰다고 한다.

베이징에 비해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가 깨끗했고, 도심에 늘어선 고층건물이 정갈하면서 뒷골목도 전혀 지저분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라는 것이다. 베이징 거리가 훨씬 깨끗하게 보인다고 했다.

■ 중국은 지금 변신중이다. 2008년 올림픽을 개최하는 베이징은 변화의 선두에 섰다. 순환도로 곳곳에는 아름다운 빌딩이 늘어서서 현대도시의 모습을 자랑한다.

번화가인 왕푸징(王府井) 일대의 마천루 빌딩군은 마치 ‘앞으로 앞으로’ 약진하는 중국을 보여주는 듯하다.

낡은 주택은 철거하고 도로를 확대 포장하면서 녹지공간을 넉넉히 확보했다.

연두빛과 분홍빛으로 단장한 새 아파트촌과 까르푸 등 대형슈퍼마켓에서 과시하는 엄청난 구매력은 베이징시민의 생활수준이 얼마나 향상됐는지 보여준다.

■ 미래의 베이징은 중관춘(中關村)이 상징한다. 공항에서 중관춘으로 직행하는 길은 넓게 확장됐다. 우중충한 작은 집들은 철거되고 컴퓨터와 통신기기 등이 쌓인 빌딩에선 벤처기업이 성장한다.

중국의 두뇌인 베이징대학과 칭화대학은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원천으로서 기술력의 심장부인 중관춘과 직결되어 산업을 이끌고 있다. 이제 베이징시민은 세계대국으로서 새로운 문명국가를 건설한다는 자부심에 차있다.

■ 서울은 베이징에 비하면 정체된 상태이다. 도심과 주택가의 좁은 터에 세운 건물은 겉모습이 볼품없고, 녹지공간이 줄어든 대신 골목마다 빽빽한 자동차로 뭔가 답답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미래를 향해 나가는 강인한 추진력이 보이지 않는다.

정치와 문화면에서 아시아사회를 이끌어나갈 정신과 세계문화의 지향점을 제시하는 상상력은 찾기 어렵고 거대한 대륙에서 밀려오는 흐름에 몸을 맡기려는 피동성만 보여준다.

서울에선 중국 중국인 중국문화와 더불어 미래를 엮어갈 코디네이터가 절실히 필요하다.

최성자 논설위원

sj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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