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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본선진출국 분석] (9)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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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본선진출국 분석] (9)스페인

입력
2002.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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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에서 스페인은 없었다. 올해 포함, 모두 11차례 본선에 올랐고, 세계 최고수준의 프로리그(프리메라리가)를 보유하고 있지만, 1952년 브라질 월드컵에서4강에 오른 게 역대 최고 성적이다. 98년 프랑스 월드컵때는 16강 탈락의 수모까지 겪었다.하지만 스페인 국민들은 이번에는 다르다고 믿는다.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스트라이커 라울 곤잘레스(25ㆍ레알 마드리드)가 있고, 대표팀에 ‘젊은 피’를 대거 수혈 받아 무적함대 부활을 꿈꾸는 안토니오 카마초(47) 감독이 있기 때문이다.

슬로베니아,파라과이, 남아공으로 이어지는 B조의 대진운도 비교적 좋은 편이다. 월드컵과는 ‘궁합’이 맞지 않았던 스페인이 그 동안의 징크스를 깨고 어떤 성적을낼지 흥미롭다.

◇퓨전 사커

힘과 높이의 유럽 축구와 화려한 개인기의 남미 스타일이 배합된 게 특징. 라울과 모리엔테스(또는 트리스탄)을 투 톱으로 하는 4-4-2시스템을 구사한다. 킥 앤 러시나, 롱패스와 장신의헤딩을 이용한 전통적 플레이 보다는 2대1, 또는 1대의 1 숏패스를 통한 중앙 돌파와 양쪽 미드필더가 상대방 깊숙이 파고드는 측면 속공이 주된공격 형태.

수비는 1자 4백을 축으로 오프사이드 트랩과 커버플레이에 능한 유럽스타일에 가깝다. 여기에 20세의 신예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20ㆍ레알마드리드)의 거미 손이 가세한다.

◇공격 3인방 라울 멘디에타 이에로

라울은 전천후 키커. 환상적인 드리블로 상대의 좌우와 중앙을 종횡무진 누비며, 각도에 관계없이 컴퓨터 슛을 날린다. 움직임의 반경이넓어 공격을 조율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미드필더 가이즈카 멘디에타(26ㆍ발렌시아)는 프랑스 지네딘 지단에 견줄만한 만능 플레이 메이커. 중거리육상선수 출신으로 강한 체력과 빠른 발이 특기. 어느 포지션도 무난히 소화해내 팀활력소로 불린다. 특히 불쑥 찔러 주는 스루패스와 강력한 중거리슛으로 스페인 공격력을 한 차원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13년째 대표선수로 뛰고 있는 중앙수비수 페르난도 이에로(33ㆍ레알 마드리드)가수시로 공격에 가담, 중거리슛은 물론 큰 키(1m87)를 이용한 헤딩슛을 날린다.

◇약점

공격진은 역대 최강으로 평가되나 수비가 다소 취약하다. 개성이 강한 스타들이 많다보니 팀플레이가 원활치 못하다. 경기가 심리적인 요인에 크게 좌우되기도 한다. 부동의 중앙 수비수이자 공격의 시발인 이에로의 경기력이 예전 같지않고, 중앙 수비수 나달(36ㆍ마요르카)은 스피드가 약점이다. 오버래핑이 위협적인 오른쪽 수비수 마누엘 파블로(25ㆍRC데포르티보)가 부상으로 결장하는 점도 큰 전력 손실이다.

◇예상 성적

스페인은 일단 16강 진출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98년 월드컵 본선에서 0_0으로 비겼던 파라과이나 중유럽의 떠오르는 샛별 슬로베니아에 비해 개인기와 전반적 전력에서 앞선다는 평.대전운에 따라서는 4강 진출도 가능하다.

펠레 등 일부 전문가들은 우승 후보로 꼽는다. 물론 큰 경기에서 죽을 쑤는 최전방 공격수 라울이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전제가 달려 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카마초 대표팀 감독

“정신 자세가 해이한 선수는 대스타라도 흥미가 없다.” 스페인의 안토니오 카마초(47) 감독은 최근 국내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월드컵 대표 선발의 첫번째 요건으로 정신무장을 꼽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스페인 축구가 월드컵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것은 선수 개개인의 정신 자세가 해이했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스타 의식에 사로 잡혀 훈련을 게을리하거나, 개인적 행동을 일삼는 선수는 가차 없이 선발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공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스트라이커인 라울과 백전 노장 수비수 이에로를 빼고는 모든 선수들을 상대로 엄격한 기량점검을 계속하면서 팀에 긴장감을 불어 넣고 있다.

카마초 감독은 조직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스타일. 그는 클레멘테 전 감독이 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16강에 탈락한 뒤 지휘봉을 넘겨 받았다. 스페인 대표팀의 수비수 출신으로 월드컵에 두차례나 출전했고, 은퇴 후에는 레알 마드리드 등에서 지도자 수업을 쌓았다.

그가 진단하는 스페인 축구의 문제점은 조직력 빈곤. 때문에 감독 취임 후 ‘젊은피“들을 과감히 수혈 받는 세대 교체와 창의적인 공격 축구를 통해 조직력을 재무장해 왔다. 선수들특유의 개인기를 4-4-2 포메이션 속에 용해 시키는 한편 공격은 팔팔한 신예에게, 수비는 베테랑에게 맡기는 공수 및 신구 세대간 역할분담을 통해전력의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129차례의 A매치 출전 기록을 보유한 전설적 수문장 수비사레타 대신 약관 20세의 카시야스에게 선뜻 골문을 맡긴점, 공격 선봉에 트리스탄이나 멘티에테 등을 발탁한 점이 단적인 예.

그의 이런 노력은 유럽 월드컵 예선 7조 1위라는 성적으로 나타났다. 카마초식 스페인 축구가 월드컵 무대에서 어떤 성적을 거둘지 주목된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지역간 경쟁심리가 축구발전 촉매제로

‘지역갈등을 축구열기로 녹인다.’ 스페인의 축구열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남녀노소 가릴것 없이 축구는 삶의 일부다. 생일은 기억 못해도 프로축구 경기 일은 놓치는 일이 드물다. 광적인 축구열기의 이면에는 지역주의를 바탕으로 한 경쟁과 대결의식이 깔려 있다. 스페인의 축구역사가 잉글랜드나 이탈리아보다 짧으면서도 규모와 수준면에서 세계 최대ㆍ최고를 자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페인은 지역마다 문화와 역사가 크게 다르다. 분리독립운동을 하고 있는 북부의 바스크 지역을 제외하더라도 바르셀로나가 위치한 동부 해안의 부유한 카탈루냐 지역과 이슬람문화가 짙게 남아 있는 남부 안달루시아 지역은 수도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한 내륙지역과 대별된다. 특히 카탈루냐 지역은 스페인어 대신 독자적인 언어(카탈루냐어)를 쓰고 자체 축구대표팀을 구성, 외국대표팀과 친선경기를벌인다.

프로축구의 양대산맥인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치열한 경쟁도 서로 질수 없다는 뿌리깊은 지역대결 의식에서 자양분을 얻는다. 클럽팀간 경쟁이 너무 심해 대표선수 소집에도 비협조적이라 월드컵에서 실망스러운 성적을 낸다는말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대립이 경기장 폭력이나 지역간 유혈충돌로 비화되는 일은 없다. 축구를 통해 국민의 갈등이 자연스럽게 대리 발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 축구 관계자들은 “지역간 경쟁심이 축구발전에 도움을 주고 있다”며 “국가대표를 선발할 때도 축구팬들의 의견을 참고할 정도로 지역연고와 애향심을 축구발전의 토대로 삼고 있다”고 말한다.

축구는 스페인의 오늘을 있게 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특히 1982년 월드컵을유치, 프랑코 총통 사후의 사회혼란을 막고 경제발전의 인프라를 구축했다. 그 결과로 월드컵을 개최한지 10년만에 국민소득이 3배로 늘어났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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