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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 명품족만 손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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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 명품족만 손님인가?

입력
2002.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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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씨의 불쾌한 경험담입니다.2개월 전 해외여행을 다녀온 친지로부터 소위 명품이라는 B브랜드의 지갑을 선물받아 사용하던 그녀는 얼마 전 지갑 옆의 접착 부분이 떨어진 것을 발견하고 보수를 위해 한 백화점의 B매장으로 갔습니다.

두세 명의 직원들은 평범한 옷차림의 그녀가 가게에 들어서자 쳐다보지도 않고 말끔한 정장차림의 명품족들을 따라다니기에 바빴습니다.

보다 못한 그녀가 지갑을 내밀며 ‘피해상황’을 보여주자 직원은 거만한 말투로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습니다.

“손님, 저희는 박음질을 두 번 하기 때문에 일부로 뜯지 않으면 절대 망가지지 않습니다.”그녀는 기가 막혔습니다.

“아니, 뭐라구요? 그럼 제가 지갑을 일부로 잡아 뜯었다는 말씀인가요? 이건 박음질로 만든 게 아니잖아요”

둘이 실랑이를 벌이자, 좀 더 직급이 높아보이는 여직원이 다가왔습니다.

그는 제품을 살펴보더니 이 제품이 박음질이 아닌 접착으로 만들어졌으며 습기로 인해 망가졌다는 것은 인정했습니다. 역시 뻣뻣한 태도로 말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 상급자는 “수리는 해주겠지만 무료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대학에서 소비자학을 전공했던 그녀, 가만히 있을 리 없습니다.

“지금은 분명 품질보증 기간(1년이내)이에요. 게다가 소비자 피해보상 규정상 제품에 하자가 있으면 무상수리를 해줘야 하는 걸로 아는데요.”

직원은 ‘뭐 이런 여자가 다 있어’하는 표정으로 말했답니다.

“글쎄요, 손님. 뭔가 잘못 알고 계시는 것 같은데요. 아무튼 저희가 본사에 알아 보고 다시 전화 드릴께요” 그녀는 다음날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 직원은 풀죽은 목소리로 “본사에 알아보니 손님 말이 맞다고 합니다. 무상수리 해드리겠습니다. ”

마침 소비자부문에 대한 지식이 있었기에 작은 승리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만, 그녀는 씁쓸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명품족이 아닌 손님은 손님 취급도 하지 않는 일부 명품매장 직원들의 태도 때문입니다.

이들은 서비스맨이라는 자신의 본분을 잊은 채 스스로가 명품인 줄 착각하는 듯 했습니다. 손님의 차림새에 따라 금세 안면을 바꾸는 그런 태도가 과연 그들이 파는 명품의 정신일까요?

양은경기자

key@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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