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D고 3년 이모(19)군은 새 학기가 시작된 4일 이과반에서 문과반으로 옮겼다.이군은 “대입을 앞두고 문과반으로 바꾸는데 부담을 느꼈지만 대입과 취업에서 문호가 더 넓은인문계로 전환하는 게 좋다는 주변의 조언을 듣고 생각을 바꿨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서 이군 처럼 문과에서 이과로 전과한 학생은 지난해 2명에서 올해는 17명으로 늘었다.
수능시험에서 어려운 자연계 시험을 피하기 위해 이과반에서 문과반으로 과를 옮기는 사례가 급증하는 등 정부의 대책마련에도 불구하고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서울 J고의 경우 이과반 3학년생의 10%에 해당하는 15명이 새 학기 직전에 문과로 전환했다.
S여고에서는 이과반 240명 중 30명 이상이 문과로 빠져 나갔고, D여고에서도 이과반에서 문과반으로 옮긴 학생이 지난해 1명이었으나 올해는 15명으로 급증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수능시험을 8개월여 앞두고 학생에게 부담을 준다”며 전과를 허용하지 않으려다 학생ㆍ학부모와 마찰을 빚고 있다.
심지어 일부 학부모는 “전과를 하려는데 학교에서 억지로 막는다”며 서울시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는 바람에 시교육청이 ‘학생들의 전과요구를 가급적 수용해 주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J고 교사 정모(42)씨는 “아이들의 전과를 막기 위해 학부모를 설득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해 보았지만 먹혀 들지 않는다”면서 “학생들의 요구를 무조건 받아들여줄 경우 전과가 봇물을 이루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K고의 이모(38)교사도 “성적이어 중간하고 진학할 대학과 학과를 선택하지 못한 중위권 학생들이 주로 전과행렬에 휩쓸리고 있다”면서 “상담을해보면 학생 스스로의 결정보다 학부모 등 주변의 ‘강요’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수험생 딸을 둔 학부모 황모(45ㆍ여)씨는 “최근의 이공계 기피현상은 취업이 불투명하고 보수가 낮은 데도 원인이 있지만 대입제도와 대학의 왜곡된 전형이 더 문제”라며 “쉽고 편하게 문과공부를 한 아이가 아무런 불이익 없이 의대를 가는데 뭣하러 어렵고 힘들게 이과공부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대성학원 이영덕(李永德) 평가실장은 “교차지원을노리고 어려운 수학과 과학 대신에 인문계 공부로 대학에 진학하려는 풍조가 수험생들 사이에 만연해 있다”면서 “주요대학이 교차지원을 대폭 축소하고 동일계열 지원시 가산점을 부여할 경우 낭패를 볼 수 있으므로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고말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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