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배온누리씨 동대문 '두타'를 찾아연예인 패션은 유행의 최첨단에 서 있다. 특히 무대 위 가수들은 의상을 통해‘변신’을 알리고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하기 때문에, 늘 유행을 이끄는 패션리더 역할을 한다.
그들의 예민한 감각을 일반인들에게 적용할 수는 없을까. 서태지, 듀스, 핑클, 쿨 등의 코디네이션을 맡아온 ‘런던프라이드’ 원장 정보윤(31)씨와 함께 동대문 두산타워를 찾았다.
모델은 올해 27세로 3살된 딸 지온이를 두고 있는 주부 배온누리씨. 올 봄의 유행아이템 중 연예인들이 즐겨 입는, 그러면서도 일반인도 여러 가지로 응용해 소화할 수 있는 옷들을 찾았다.
★ 로맨틱 스타일
올봄의 최고 유행 아이템은 레이스가 하늘하늘한 슬립 원피스와 가디건.
요즘 여자 연예인들이 가장 즐겨 입는 스타일로 여성스럽고 우아하면서도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모델이 입은 짙은 자줏빛 가디건은 올 봄 유행색인 파스텔 색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정 원장은 “요즘은 한가지 색깔이 거리를 뒤덮는 일은 좀처럼 없다”고 말한다. 다양한 개성만큼 옷의 색깔도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다.
화사한 연록색 정장을 입고 왔던 모델 배온누리씨는 “딱 내 스타일”이라며 흡족해 한다. 흰 스타킹, 진주목걸이 등 배씨가 착용하고 온 로맨틱 액세서리들과도 분위기가 잘 맞는다.
★ 엄정화의 펑키룩
엄정화가 최근 펑키한 느낌의 후속곡을 들고 나오면서, 선보이고 있는 의상이다. 나팔 청바지에 레이스를 레이어드 스타일로 걸쳤다.
상의는 프릴이 달린 티셔츠를 입어 귀엽고 여성스런 느낌을 연출했다. 이는 1980년대 신디로퍼가 즐겼던 스타일로 거칠면서도 여성성의 묘한 조화를 이룬다.
특히 일반인에게는 살찐 엉덩이나 튀어나온 배를 감추기에 좋은 스타일이다. “도저히 소화하지 못할 것 같았지만 입고 보니 괜찮네”라는 게 배씨의 평이다.
정 원장은 “이렇게 튀는 레이스는 웬만한 ‘과감녀’가 아니라면 도저히 소화하기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일반인이라면 이를 응용해, 레이스 대신 보통의 미니스커트로, 나팔 청바지 대신 쫄바지로 레이어드 룩을 연출할 수 있다. 구슬벨트로 히피적인 감각을 가미해도 괜찮을 듯하다.
★ 이정현의 데님스타일
꽃자수나 프린트가 화려하게 들어간 일명 ‘파티청바지’에 여성스러운 주름이 달린 티셔츠를 입었다.
가죽허리띠와 가죽목걸이가 자연스러운 멋을 내며 흘러내린다. 연예인 패션중 일반인이 따라하기 가장 무난한 유형이다.
정 원장은 “나팔바지는 다리가 길어보이고 허벅지가 날씬해 보인다” 며 두루 권한다. 그래서 날씬하지만 키가 크지 않은 가수 이정현이 최근 무대의상으로 선택한 것이다.
이정현의 무대의상은 상ㆍ하의가 모두 튀기 때문에 일상으로 끌어오기는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배씨는 “파티청바지에 흰 면티를 같이 사서 입어야겠다”며 즉석에서 코디 제안을 한다. “일반인은 그렇게 한쪽이라도 단순하게 하면 소화하기 쉽죠. 감각 있으시네.” 정씨의 격려다.
★ ‘슈가’의 로맨틱스포티(Romantic Sporty) 스타일
‘로맨틱’과 ‘스포티’라는 단어조합에서 알 수 있듯, 균형과 조화의 원칙을 완전히 무시한 언밸런스 스타일이다.
나일론 소재의 트레이닝복 하의에 레이스가 주렁주렁 달린 블라우스를 입는 식으로, 10대들이 만들어낸 스타일을 기성브랜드에서 응용했다.
정씨는 “어른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지만 10대의 열린 마음으로는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고 말한다. 그는 이를 16~17세의 4인조 소녀그룹 ‘슈가’의 무대의상에 적용하고 있다.
배씨에게는 트레이닝복처럼 줄무늬가 들어간 스커트에 레이어드 티셔츠를 입히고 두건으로 귀여운 분위기를 냈다.
배씨는 “귀엽고 깜찍하다”며 마음에 들어 했다. 몸은 20대 중반이지만 마음은 10대인 듯….
★ 페전트 룩(Peasant Look)
간단히 말해 ‘유럽 시골처녀 스타일’이다. 정씨는 어깨를 드러낸 프릴티셔츠에 패치워크가 들어간 데님치마를 입었다.
약간 나른하면서 자유분방해 보이지만 소녀의 청순한 분위기를 동시에 드러내는 스타일이다. 아주 가냘픈 체형에 잘 어울린다.
배가 나왔거나 가슴이 큰 체형은 절대금물.
정 원장은 “입고 싶으면 차라리 어깨선을 과감히 파라, 어설픈 노출은 더욱 더 뚱뚱해 보인다”고말한다.
배씨는 과감한 어깨선에 다소 당황했지만 이처럼 까다로운 아이템을 무난히 소화했다는 사실이 만족스러운 듯했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코디네이터 정보윤씨 "연예인 코디 평상복에 가까워져"
정보윤 원장(한양여자대 겸임교수)은 대학서 영문학을 전공하다 영국 어학 연수중 코디네이션에 매력을 느껴 런던대학의 스타일링 스쿨을 졸업했다.
그의 이름이 연예계에 알려진 것은 서태지를 통해서였다. 그는 서태지를 패션지 신인 모델로 처음 만났다.
잡지사의 의뢰를 받고 당시 미국서 유행하던 화려한 티셔츠에 야구모자, 굵직한 목걸이 등 이른바 ‘랩스타일’을 연출하려 했는데 그때만 해도 국내에는 랩가수가 없었다.
마침 밋밋한 정장을 입고 파격적인 랩을 하던 서태지라는 신인을 발견했고, 그를 모델로 쓰면서 데뷔앨범의 코디까지 맡게 됐다.
이전까지만해도 캐주얼 차림으로 무대에 오르는 경우가 거의 없었지만 ‘서태지 돌풍’ 과 함께 원색의 캐주얼이 무대의상으로 크게 히트를 쳤다.
힙합그룹 ‘듀스’의 통넓은 바지와 선글라스 등 힙합 패션도 그가 처음 선보였다. 정 원장은 “고(故) 김성재씨는 먼저 코디 제안을 하는 등 상당히 감각이 뛰어났다”고 말한다.
아이돌그룹은 노래 못지 않게 비주얼로 개성을 드러내야 하기 때문에 코디네이터의 역할이 크다. 댄스그룹 핑클은 캐스팅 단계부터 참여해 지난 3집 앨범까지 함께 했다.
체크무늬 미니스커트, 순백의 원피스 등 정씨의 아이템이 핑클의 유명세를 타고 한때 동대문 시장을 휩쓸었다.
이후 3집에서는 움직임이 큰 안무를 돋보이게 하면서도, 성숙미를 풍기는 롱재킷을 유행시켰다.
섹시한 이효리, 청순한 이진, 예쁜 성유리, 보이시한 옥주현 등 핑클 멤버들에게는 의상을 통해 각자의 캐릭터를 살리는 게 중요했지만 ‘쿨’은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정 원장은 “이재훈 김성수 유리 등 멤버들의 개성이 너무 뚜렷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굳이 의상을 통한 ‘설정’이 필요 없었다. 야구점퍼 등으로 그냥 밝고 경쾌한 느낌만 살렸다”고 말한다.
패션 아이템의 히트 여부는 대부분 연예인의 유명세가 좌우한다. 정 원장의 경우 남성그룹 언타이틀을 통해 힙합바지에 굵은 금속줄을 늘어뜨린 스타일을 처음 선보였지만 별 반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드라마 ‘별은 내가슴에’ 에서 탤런트 안재욱에게 같은 아이템을 적용했더니, 크게 히트했다.
물론 유명세가 히트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박지윤은 강렬한 ‘남장’ 컨셉트를 선보였지만 큰 반응을 얻지 못한 채, 최근에는 여성스러운 꽃무늬로 전환했다.
정 원장은 “너무 앞선 스타일은 거부감을 준다. 대중이 어느 정도 모방할 수 있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의 연예인 코디네이션은 점점 더 평상복에 가까워지는 추세다. 여대생들에게 인기높은 성시경은 편안한 남자친구 같은 모습으로 성공했다.
그룹 JTL도 현란한 의상의 H.O.T 시절과는 달리, 편안한 캐주얼을 입는다. god, 신인그룹 ‘오션’(5tion)등의 멤버들도 최근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스타일의 파스텔톤 캐주얼을 애용한다.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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