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여성인력의 사회배출이 급증하면서, 여성인력 활용문제가 기업들의 새로운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고용평등법규의 강화로 여성채용은 피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생산성 제고를 위해 오히려 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는 지적이 많다.
외국 선진기업의 경우 여성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남성에만 의존할 때보다 이윤효과를 톡톡히 보는 사례도 적지 않다.
■딜로이트
1990년대초 미국의 대형 회계법인 딜로이트의 CEO 마이크 쿡은 여성인력의 퇴직률이 남성보다 높은 원인규명에 착수했다.
최근 수년간의 여성퇴직자들을 직접 만나 퇴직사유를 분석한 결과, ▦여성퇴직은 가사 때문이 아니라 조직안에서 개인적 비전을 찾지 못해서이며 ▦실제 퇴직은 ‘나는 승진하지 못할 것’이란판단에 따른 자포자기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아울러 ‘남성은 잠재력으로 평가되는데 반해 여성은 성과에 따라 평가된다’는 회사인사제도의 무의식적인 이중잣대도 새삼 확인됐다.
딜로이트는 이 같은 분석조사를 토대로 ‘여성인력 유지와 승진’을위한 단계적 계획 및 목표치까지 마련, 사내외에 공표했다.
임원부터 직원까지 성차별적 의식과 관행을 없애기 위해 워크샵도 수없이 개최했다.
남녀 직원간에 교육훈련기회는 제대로 제공되고 있는지, 고의성은 없더라도 혹시 여성에게 불리한 평가 메커니즘은 없는지 등을 끊임없이 점검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1991~2000년중 다른 업체들의 여성이직률은 급증했는데도 딜로이트는 이직률이 25%에서 14%로 낮아졌고, 여성파트너 비율은 5%에서14%로 상승했다.
딜로이트는 인적자원 및 조직문화의 경쟁력 우위확보에 힘입어 미국 회계컨설팅 법인중 가장 빠른 성장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닝
미국 코닝사가 위치한 뉴욕주 코닝시는 뉴욕에서 비행기로 1시간, 자동차로 5시간이나 떨어져있는 소도시여서 기본적으로 신규인력 확보가 어려운 입지다.
때문에 코닝은 20년전부터 취업문호가 상대적으로 비좁은 여성 및 소수민족을 인력채용의 타깃으로 삼았다. 코닝은 여성들이 기피하는 제조부문에 전략적으로 승진기회를 넓혀주는 전략도 채택했다.
그 결과 1992~99년중 많은 여성 대졸자와 MBA출신들이 생산부문 관리자로 투입되었고 이중 7명의 여성공장장이 배출됐다. 생산부문 여성이직률도 8%에서 3.5%로 크게 낮아져 조직의 안정성이 크게 높아졌다.
■IBM
법적으로, 관행적으로 남녀차별이 극심했던 1930년대 미국 최초로 대졸여성 채용공고를 낼 만큼 IBM은 ‘인력중시’전통이 강한 기업이다.
IBM은 80년대말~90년대초 불황에 따른 대규모 감원으로 종업원의 충성심과 사회적 평가가 추락을 거듭하자, 인력중시 전통을 되살리는 차원에서 여성인력 활용을 대폭 강화하기 시작했다.
수십개에 달하는 여성직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여성단체 및 기관들에대한 지원도 확대했다. 매년 2월엔 직급별 여성고용 데이터를 홈페이지에 공개, 여성채용 확대의지를 대외적으로 밝혔다.
IBM의 이 같은 전략은 대외적 신뢰와 종업원들의 내부결집을 회복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는 지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향후기업의 인적자원 활용은 여성인력에 초점이 맞춰질 수 밖에 없다”며“기업과 여성직원들의 윈-윈게임이 이뤄지려면 기업은 여성직원에게 리더로 클 수 있다는 비전부터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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