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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경기회복의 기회와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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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경기회복의 기회와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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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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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조업 지수를 포함한 소비지출, 개인소득 등 경제지표들이 최근 기대 이상으로 긍정적인 실적을 나타내면서 미국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지난해 극도로 위축됐던 우리 경제에도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우리의 경제성장률이 3% 내외라면 1980년과 98년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경제 예측 기관들이 전망하는 것처럼 올해의 경제성장률이 5% 이상을 기록한다면 우리 경제는 IMF 위기 이후 또 다시 롤러코스터식의 변동성을 보여주는 셈이다.

최근 우리의 경기회복을 주도하는 것은 소비와 건설투자이다.

9·11 테러 이후 불안했던 대외 경제여건이 안정을 되찾고 부실 대기업으로 인한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들이 완화하면서 소비자 심리가 빠르게 호전되고 있다.

경기가 좋았던 2000년까지도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건설경기가 저금리와 부동산 투자자금 유입에 힘입어 회복세를 보이는 것도 경기회복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반면 전통적으로 경기회복을 주도했던 수출과 설비투자는 지난해 말보다는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부진한 편이다.

지난해 경기침체기와 비교해서 경제지표들이 높게 나타나긴 하겠지만 우리 경제가 정상적인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은 수출회복이 가시화되는 하반기부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와 건설과 같은 내수 부문에 의해 경제가 성장할 경우 긍정적인 면은 경기 양극화 현상이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수출산업의 호황으로 경제가 성장할 경우 대기업과 중소기업, 중화학공업과 경공업간에 괴리가 발생하곤 했다.

그러나 최근 경공업산업 생산의 회복세는 경기 양극화 현상이 완화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경제위기 이후 우리 경제를 억눌러 왔던 부실기업 문제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금융시스템을 위협할 정도로 악화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내수 주도의 경제성장은 지속성 면에서 늘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대외 의존적인 생산구조에서는 경상수지 적자와 물가불안과 같은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가계의 실질적인 구매력이 향상되지 않는다면 그 동안 부채를 통해 소비를 유지했던 소비자들이 다시 저축을 늘리고 소비를 줄일 수 있다.

건설경기가 과열될 경우 우리는 또다시 인플레와 부동산버블이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결국 수출회복과 건실한 투자가 안정적인 경제성장의 필요조건이라는 의미이다.

기업들이 이번 경기회복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도 주목해야 할 문제이다. 국내외 수요가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기업들이 올해 경영 목표를 상향 조정하고, 보다 적극적인 경영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외 환경면에서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아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미국 경제가 기대만큼 회복할 것인지, 이라크와의 전쟁 같은 돌발사태는 없을지, 일본경제가 언제나 안정될 것인지 등이 여전히 불투명하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 기업들이 미래 수익을 확신하고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아직 조성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기업의 투자 부진이 장기화할 경우 경기는 회복되더라도 우리 경제의 잠재 성장능력은 여전히 취약할 것이며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성장세를 유지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은 최근 나타나고 있는 경기회복 조짐에 안심하기 보다는 급변하는 대외경제 환경과 우리의 국제경쟁력에 더욱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정부는 내수 위주의 경기회복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도록 신축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장기적인 경제성장과 기업활동에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낡은 제도들을 꾸준히 개혁해 나가야 할 것이다.

기업 역시 경영혁신을 통해 새로 창출되는 국내외 시장을 활용할 수 있는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오문석·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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