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과학자들이 중국의 한 연못바닥에서 나온 500년 묵은 연꽃 씨를 배양해 꽃봉오리를 맺게 하는 데 성공했다는 뉴스가 최근 보도됐다.5세기동안 잠자던 씨앗 속에 아무도 몰랐던 생명이 깃들어 있었고 신비로운 하나의 우주가 담겨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오래된 종자에서 새로운 개체가 나왔으니 생명을 깨우는 과학의 힘이 놀랍고 씨앗의 무궁한 생명력이 경탄스러울 뿐이다. 서양의 과학으로 동양의 꽃을 피워냈다는 점도 재미있다.
■ 그 꽃이 다름 아닌 연꽃이라는 점도 의미가 깊어 보인다. 연꽃은 오래 전부터 대지와 그 창조력, 장수와 영원불사를 상징해온 식물이다.
연꽃은 더러운 곳에 살면서도 깨끗함을 잃지 않는 처염상정(處染常淨)의 꽃이며, 부처님의 탄생을 알리는 불교의 꽃이다.
그래서 사찰을 지으면 연못을 만들었고 연꽃을 만다라화(曼陀羅花)라고도 불렀다. 염화시중(염華示衆)의 미소도 부처님이 깨달음을 알리려고 손에 연꽃을 든 순간 생겨난 일이었다.
■ 연꽃의 씨앗은 겨우 10년간 개체를 보존하는 볍씨나 콩, 밀과 두드러진 차이가 있다지만 모든 씨앗은 생명력이 길다.
예수님은 씨앗의 비유를 통해 하느님 나라와 말씀의 중요성을 일깨웠고, “겨자씨 한 알을 심었을 때에는 어떤 씨앗보다 작지만 마침내 어떤 푸성귀보다 더 크게 자라고 큰 가지가 뻗어 새들이 깃들게 된다”고 말했다.
부처님도 겨자씨 속에 우주의 중심 수미산(須彌山)이 깃들어 있다고 했다. 씨앗의 힘을 알려주는 말들이다.
■ 3월은 봄의 시작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대지에 청신한 기운이 감돌고 식물은 저마다 소생의 활력을 얻어 새 싹을 틔워가고 있다.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는 희망의 계절이다. 이 봄에 좋은 씨앗을 뿌리고 여름내 성실한 땀을 흘려야 드디어 가을걷이가 풍성해질 것이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이 사회에서 소중한 씨앗, 좋은 씨앗일 수 있어야 한다. 내 안에 자라고 있는 씨앗이 어떤 씨앗인지 저마다 돌아볼 일이다.
임철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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